[사설/칼럼] [경희의 유산] ⑰“그대 살아 숨 쉰다면 경희 이름으로 전진하라”
경희의 유산 ⑰ 『웃는 사자상 ②』
# 작년 9월부터 경희기록관은 우리신문과 함께 ‘경희 유산을 찾아서’를 연재한다. 서울, 국제, 광릉 캠퍼스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유산과 자연 유산은 물론 경희기록관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 대학의 역사적 기록물, 경희만의 고유한 정신 유산들을 중심으로, 그들에 관한 역사적 사실,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 숨겨진 흥미로운 에피소드 등을 글과 사진으로 소개한다. 1차로 여름까지 연재를 진행하고, 1년간의 연재 결과를 바탕으로 내용과 형식을 보완해 2차 연재를 진행할 계획이다.

▲ 사자상에 사용될 원석을 옮기는 모습(1988년 10월 10일 자 대학주보)
여기, 언제부턴가 경희인들 사이에 자주 회자해 온 문구가 있다. 최근에는 학교 축제 굿즈에도 등장했다. “그대 살아 숨 쉰다면 경희 이름으로 전진하라.” 대학 공식 슬로건도 아니고,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기록을 추적해 보면, 1987년 5월 대통령기 대학야구대회에서 경희가 우승했을 당시에도 이 문구가 경희인의 기개를 북돋운 응원 구호로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이 문장은 어떻게 오늘까지 전해질 수 있었을까. 그 실마리는 법학전문대학원 앞 동의마당에 있는 사자상에서 찾을 수 있다.
동의마당에 사자상이 건립된 것은 1989년 가을이다. 당시 한국 사회는 학생운동이 여전히 치열했고, 많은 대학에서 본부와 학생 간 긴장이 이어졌다. 경희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경희는 학내 구성원 간의 화합을 모색하고자 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학생운동이 정치투쟁에 경도되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고, 1987년 총학생회 산하에 ‘경희발전추진위원회’가 조직됐다.
이들은 학내 구성원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캠퍼스 환경 개선 운동과 함께 개교 40주년을 기념할 상징물로 사자상 건립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교직원과 학생들이 의기투합해 5천만 원의 성금을 모았다.

▲ 사자상 제작에 앞서 만들어진 견본 석고상(경희기록관 소장)
1988년 조각에 사용될 원석을 채취해 약 1년에 걸친 작업 끝에 완성한 것이 바로 지금 동의마당에 서 있는 사자상이다. 경희 구성원의 화합으로 빚어낸 뜻깊은 기념물인 것이다.
이 사자상에는 한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다. 교내 다른 사자들과 달리 이 사자상은 웃고 있지 않다. 근엄한 표정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본관 앞 사자상과 비교해 보면, 그 대비는 더욱 분명해진다.
사자상 제막에 즈음해 당시 『대학주보』는 “40년 역경을 딛고 일어난 사자상, 경희의 미래를 밝혀줄 횃불로 남기를”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듬해인 1990년 개교 41주년 특집 기사 역시 이 사자상을 “경희인의 기상을 상징”하는 기념물로 소개했다.
동의마당 사자상이 단순한 기념 조형물이 아니라, 엄혹한 시대를 살아가던 경희인들의 의지와 염원이 담긴 상징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시절 경희인들은 ‘웃는 사자’의 온화함보다는 용맹한 사자의 근엄함과 진취성을 택했고, 그 모습에 앞으로 도약할 경희의 미래를 투영했던 것은 아닐까.
전진하는 사자의 앞발치에 새겨진 결연한 글귀는 마치 이 사자가 토해내는 사자후 같다. 그라운드에 울려 퍼지던 응원의 메시지가 돌에 아로새겨져,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사자상과 함께 캠퍼스 한편을 지키고 있다. 옛 선배들이 미래의 후배들을 향해 남긴 이 문구는 세대를 건너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경희의 다짐이다.
“그대 살아 숨 쉰다면 경희 이름으로 전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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