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경희의 유산] ⑥평화의 탑-시대의 희망을 품은 탑, 평화교육을 일군 한 마디
# 9월부터 경희기록관은 우리신문과 함께 ‘경희 유산을 찾아서’를 연재한다. 서울, 국제, 광릉 캠퍼스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유산과 자연 유산은 물론 경희기록관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 대학의 역사적 기록물, 경희만의 고유한 정신 유산들을 중심으로, 그들에 관한 역사적 사실,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 숨겨진 흥미로운 에피소드 등을 글과 사진으로 소개한다. 1차로 내년 여름까지 연재를 진행하고, 1년간의 연재 결과를 바탕으로 내용과 형식을 보완해 2차 연재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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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의 탑 제막식에서 1986년 전달된 평화의 횃불을 탑신 양옆의 성화대에 옮겨 점화했다. (사진=경희기록관 제공)
경희의 캠퍼스 곳곳에는 여러 형태의 탑이 세워져 있다. 탑에 새겨진 글귀와 조각에는 경희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표현하고 있는데, 서울캠퍼스 교시탑, 국제캠퍼스 사색의 광장 오벨리스크, 광릉캠퍼스 평화의 탑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평화의 탑은 평화복지대학원의 설립 취지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평화의 탑은 1990년 9월 18일 제9회 ‘세계 평화의 날’을 기념해 평화복지대학원 본관 서측 언덕에 건립되었다. 높이 10m의 탑 상단에는 한반도를 정면에 둔 지구와 그 위로 비상하는 평화의 비둘기가 자리하고, 탑신 전면에는 설립자 조영식 박사의 유훈인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가 새겨져 있다. 이 문구는 1981년 6월 코스타리카에서 열린 제6차 IAUP(세계대학총장회) 총회에서 설립자가 발표한 기조연설 제목이다. 당시 그는 ‘세계 평화의 날·해’의 UN 제정을 제안했는데, 코스타리카 정부를 통해 그해 11월 제36회 UN 총회의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어 회원국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이를 계기로 경희는 평화운동을 실천할 인재 양성을 목표로 1984년 평화복지대학원을 설립했다. 한편 탑신 후면에 새겨진 ‘지구촌·인류가족·세계공동체’는 설립자가 주창한 ‘지구공동사회(Global Common Society)’의 핵심 개념으로, 경희가 지향하는 평화로운 세계의 이상을 보여준다.
탑신 앞에는 평화를 환영하듯 두 팔을 벌린 날개 달린 여신상이 서 있다. 기단 전면에는 무궁화가, 후면에는 경희인을 상징하는 목련이 꽃봉오리에서 만개에 이르기까지 네 단계로 표현되어 있다. 마치 이 땅에서 시작된 경희의 평화적 지향과, ‘지구촌·인류가족·세계공동체’를 구성할 인재의 성장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듯하다.
여기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탑신 양옆의 항아리형 성화대이다. 하나는 ‘세계 평화의 날 제정 기념’, 다른 하나는 ‘평화의 횃불 봉송 점화 기념’이라 새겨져 있는데, 이는 1986년 세계평화의 해를 기념하여 UN이 기획한 ‘세계 일주 성화 달리기(First Earth Run)’와 연결된다. “인류에게 기회를, 어린이에게 평화를”이라는 슬로건으로 39개국을 순회하는 이 행사에서 ‘평화의 횃불’이 11월 15일 밤 한국에 도착했고, 이튿날 여의도에서의 기념식을 거쳐 평화복지대학원에서 성화를 밝혔다. ‘세계 평화의 날·해’ 제정에 경희가 이바지한 덕분에 가능했던 장면이었다. 이 불꽃은 1990년 평화의 탑이 세워지고 양옆의 성화대로 옮겨져, UN에서 출발한 평화의 염원이 이곳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평화의 탑은 경희의 평화를 향한 여정과 교육적 비전, 그리고 국제사회와의 연대가 하나의 형상으로 응축된 조형물이다. 단순한 기념 구조물이 아니라, 경희가 세대와 국경을 넘어 추구해 온 평화적 가치가 오늘날 캠퍼스 공간 속에서 계속 숨 쉬고 있음을 증언하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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