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경희의 유산 ①교시탑
# 9월부터 경희기록관은 우리신문과 함께 ‘경희 유산을 찾아서’를 연재한다. 서울, 국제, 광릉 캠퍼스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유산과 자연 유산은 물론 경희기록관이 소장하고 있는 우리 대학의 역사적 기록물, 경희만의 고유한 정신 유산들을 중심으로, 그들에 관한 역사적 사실,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 숨겨진 흥미로운 에피소드 등을 글과 사진으로 소개한다. 1차로 내년 여름까지 연재를 진행하고, 1년간의 연재 결과를 바탕으로 내용과 형식을 보완해 2차 연재를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 대학의 정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창학이념을 적어놓은 ‘교시탑(校是塔)’이다. 이 교시탑(일명 창학이념탑)은 1955년 7월 24일 건립된 것으로 흰색의 사각기둥을 중심으로 좌우에 원형 기둥을 배치한 형태인데, 협동·전진·향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 1955년 완공 직전의 교시탑. 탑신부 상단에는 지구 위에 교표가 결합된 모습이 디자인돼있고, 그 아래에 창학이념인 ‘문화세계의 창조’가 새겨져 있다. (사진=경희기록관 제공)
탑신부에는 지구 위에 유엔 마크와 ‘大學’이라는 글자가 결합된 교표가 있고, 그 아래에는 우리 대학의 창학이념인 ‘문화세계의 창조’가 새겨져 있다.
‘문화세계의 창조’는 ‘문화세계를 건설하자’라는 의미인데,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가 저술한『문화세계의 창조』(1951년 6월 30일)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 이처럼 ‘문화세계의 창조’는 개인 저작물로 처음 출발했지만, 점차 그 의미가 확장돼 대학의 창학이념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그 결과, 1952년 12월 9일 4년제 대학 승격과 더불어 창학이념으로서의 ‘문화세계의 창조’가 공식 성문화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창학이념으로 공표된 ‘문화세계’란 어떤 사회를 말하는 것일까? 그 단서는 본관 중앙부 삼각형 박공벽(pediment)에 있다. 박공벽을 보면, 중앙의 평화 여신을 중심으로, 좌측은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 체조하는 모습, 그림을 그리는 모습 등이 표현돼 있고, 우측은 지구본을 들고 있는 모습, 바퀴를 굴리고 있는 모습, 망원경을 보고 있는 모습 등이 부조돼 있다.
▲ 본관 중앙부 박공벽 조각상. ‘문화세계’ 즉, ‘고차원적인 정신문화와 고도로 발달한 과학문명을 통해 인간의 최고 행복을 구현한 세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경희기록관 제공)
이 조각상은 좌측이 인류의 정신문화 탐구를, 우측이 인류의 과학문명 탐구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문화세계’라는 것은 ‘문화의 전당, 과학의 세계’라는 의미로, ‘고차원적인 정신문화와 고도로 발달한 과학문명을 통해 인간의 최고 행복을 구현한 세계’를 말한다. 즉 문화의 전당은 좁은 의미로 정신문화를 말하는 것인데, 인간에게 가치와 존엄성을 주는 정신문화를 최고도로 발전시켜 진정한 문화인을 양성한다는 것이고, 과학의 세계라는 것은 인간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과학문명의 발전에 전력을 다해 보다 넓고 보다 높은 과학 발전을 목적과 사명으로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문화세계를 창조하려는 것은 대학인들의 사명이기 때문에 우리 대학의 창학이념으로 정했던 것이다.
우리의 원대한 이상을 적어놓은 교시탑이 건립된 지도 어느덧 70년이 되었다. 그동안 세계적인 대학 건설이라는 목표 아래 국제캠퍼스(1979년), 광릉캠퍼스(1984년) 등 대규모 공간 확충이 이뤄졌다. 그렇지만 새롭게 마련된 캠퍼스에 교시탑이 세워지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 대학다운 미래 대학으로 나아가는 이 시점에 우리의 창학이념을 되새기고 공고히 하는 교시탑이 국제와 광릉 캠퍼스에도 세워지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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