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표지판 없는 캠퍼스…“어디로 가야하죠, 선배님?”
새 학기 캠퍼스 내부 안내 표지판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며 구성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건물 위치와 건물명에 대한 안내 표지판이 부족하거나 열악한 상태로 방치돼 신입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단과대 건물 현판이 대부분 한글이나 한자로만 이루어져 있어 외국인 유학생들까지도 불편을 느끼는 형국이다.
우리신문은 지난 2016년 교내 표지판 문제에 대해 다뤘다.(실제 건물 위치와 따로 ‘노는’ 건물 이름 표시판… 방문객 “건물 위치 찾기 어려워 불편”/대학주보 온라인, 2016.2.3.) 당시 대학본부 측은 ‘개선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지만,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뚜렷한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신입생이 가장 불만을 토로하는 부분은 ‘눈에 띄지 않는 표시’다. 이달 우리학교에 입학한 박기범(언론정보학 2019) 씨는 “입학식 날 처음 학교에 방문했는데 캠퍼스 약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표지판도 조악해 길을 찾는데 어려웠다”고 말했다. 박 씨는 “입학 이후엔 후문으로 등교하는데, 정경대학으로 이어지는 쪽문에 대한 안내도 없었고 정문에 비해 물어볼 사람도 부족한 상황이었다”며 “단과대학 현판마저 눈에 띄지 않아 플래카드를 보고 찾아갔다”라고 토로했다.

▲ 청운관 표시가 한자로 되어있어 외국인학생은 건물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교내 표지판의 ‘불친절함’은 한 곳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자로만 표기된 정경대의 작은 현판 이외에도, 스페이스21 사업을 통해 최근 완공된 건물들은 아직까지도 눈에 띄는 현판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일부 복합 표지판은 건물명과 상관없는 모호한 방향을 가리키거나, 크라운관처럼 단과대학 이름만을 표기한 단순 팻말만을 두는 등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문 부근의 표지판 부재는 방문객의 불편함을 부르기도 한다. 서울캠 주차요원 A씨는 “정문에 학교와 경희의료원을 구분할 수 있는 표지판이 없어 병원으로 갈 차가 교내로 잘못 진입하는 차량이 자주 발생한다” 라며 “건물 위치와 길을 못 찾는 차량들이 있어 바쁜 와중에 시간을 뺏기게 된다”라고 불편을 호소했다.
서울캠 면적보다 약 2배 정도 넓은 국제캠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캠 내부 예술·디자인대학, 국제대학, 공과대학은 눈에 띄는 표지판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보행로 상 존재하는 복합 현판의 화살표도 방향이 틀리거나 불분명해 위치 파악이 쉽지 않다. 여러 수업이 복합적으로 열리는 글로벌관 표지판 역시 전무하며, 외부 방문객이 자주 찾는 중앙도서관은 어디에도 건물 이름이 나타나 있지 않다. 임재희(골프산업학 2015) 씨는 “표지판이 주는 정보가 애매하고 광범위해서 이용하기가 불편했다”며 “신입생 시절 아무 건물도 모를 때 표지판이 아닌 선배의 말에 의존했다”고 말했다.

▲ 서울캠 표지판은 한 번에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확인이 어렵다.
외국인 학생의 경우 건물 위치 파악에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대학 정보 공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우리 학교 외국인 유학생은 2017년 3,963명에 이어 2018년 4,626명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제반 시설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기본적인 교양 수업이 이뤄지는 서울캠 청운관 입구는 영어로 된 표기가 없이 한자만 적혀 있어 새 학기 외국인 유학생들이 헤메는 상황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이외에도 문과대학, 호텔관광대학, 오비스홀 등 다수의 단과대학 건물의 입구 표기는 한글로만 기재돼있다. 황정남(정치외교학 2013) 씨는 “최근 멕시코 유학생이 제2법학관 위치를 물어왔는데, 건물이 어디 있는지 설명하기도 어렵고 건물명도 한글로만 되어있어 결국 직접 데려다 줬다”라고 말했다.
멕시코에서 온 교환학생 멜라니씨는 “대다수의 교환학생은 한국어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교환학생으로 오게 된다”라며 “한글로 되어있는 건물은 찾기가 힘들다”며 “유학생들은 한국어 성적이 아니라 영어성적만으로도 입학이 가능해 한국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려를 전했다.
실제로 우리학교로 입학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어능력시험 3급 이상 등의 ‘한국어 트랙’뿐 아니라 영어를 모국어로 하거나 공인영어 성적이 있는 경우 ‘영어 트랙’을 통해 얼마든지 입학이 가능하다. 교환학생 역시 상대 측 학교의 추천만 있다면 ‘영어 수업 수강자’로 분류돼 재학이 자유롭다. 이들은 고스란히 캠퍼스 내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대학알리미 기준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 대학 중 가장 많은 고려대는 교내 건물 위치 파악 어려움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커뮤니케이션팀은 “학교 정문에는 캠퍼스 맵이 있고 곳곳에 건물 표지판을 설치했다”며 “외국인 학생뿐 아니라 신입생들에게도 영어와 한글이 함께 쓰여 있는 캠퍼스 맵을 입학할 때 나눠준다”고 말했다.

▲ 고려대는 넓은 캠퍼스에 걸맞게 캠퍼스 종합 안내도를 구비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한국외대) 역시 외국인 유학생에게 친절한 안내 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외대 정문 안내실 직원은 ”정문 안내실 앞에 캠퍼스 전체 지도가 있고 영어가 가능한 안내 요원을 배치해 외국인 유학생이 길을 물어보면 영어로 알려 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답했다.

▲ 한국외대 정문 안내소 건물 옆에 종합 안내도가 있다.
하지만 우리학교의 경우, 학생집단의 자구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표지판 부재로 인한 건물 위치 파악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총유학생회 이혜영 회장(조리·서비스경영학 2014)은 “신입생에게 단과대 별로 건물사진을 찍어서 번역한 지도를 만들어 위챗과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로 공지를 하고 있다”라며 “학교 측에 이전 총유학생회부터 건의를 해 왔지만 시원한 해결책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전반적인 미비함을 두고, 대학본부는 캠퍼스 별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서울캠 총무팀 김동건 계장은 “시설물 안내판이 정비가 안 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했으며, 교내 디자인 센터에서 설치물 공공디자인을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어“완성 시점은 불확실하지만 예전 디자인은 제거하고 새로운 디자인 콘셉트에 맞는 안내판을 제작 중”이라고 현재 진행 상황을 덧붙였다. 해당 표지판 디자인 업무를 처리중인 공공디자인센터 측은 “차선이나 길안내는 아직 정립되어 있는 것이 없지만 요청받은 부분을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캠 표지판을 담당하고 있는 관리팀 측에서는 “표지판이 불편하다는 특별한 수요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개선에 대한 계획이 있지는 않다”며 당장의 변경은 없을 것임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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