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연속기획] 읽는 것을 넘어 소비하기로 텍스트를 입고, 먹고, 찾고
<문화 트렌드 연속 기획> ⑫ 텍스트힙 소비
# 청년·학생 문화 트렌드 열두 번째 기획으로, 우리신문은 20대 ‘텍스트힙(Text-Hip) 소비’ 현상을 살펴봤다. 최근 2026 패션 트렌드로 ‘포엣코어(시인의 감성과 지적인 분위기를 표현한 패션)’가 떠오르고, 책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성행하는 등 텍스트힙을 소비하는 문화가 다양해지고 있다. 우리신문은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텍스트힙을 소비하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독서 문화의 새로운 소비
‘텍스트힙’
‘텍스트힙’은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와 ‘개성 있다’를 뜻하는 ‘힙’을 결합한 단어로 책과 글을 자신의 취향이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소비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텍스트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현재는 일상생활의 다양한 소비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 2026 패션 트렌드 ‘포엣코어(시인의 감성과 지적인 분위기를 표현한 패션)’ (사진=AI생성)
최근에는 책을 읽는 행위가 자신의 취향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확장됐다. 책과 지적인 분위기를 패션으로 표현하는 ‘포엣코어(Poet Core)’가 대표적이다. 허석우(사회학 2025) 씨는 “지적인 이미지를 위해 옷을 차분하게 입기 시작했다”며 “SNS를 보면 책을 보고 있는 게시물을 올리는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 이미지 공유 플랫폼 핀터레스트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년도 대비 핀터레스트 내 ‘포엣코어’ 검색량은 75%, ‘포엣 에스테틱(Poet Aesthetic)’ 검색량은 175% 증가했다.
책의 이미지를 활용한 상품도 등장했다. 지난달 21일 출판사 민음사와 GS25가 협업해 출시한 ‘민음사빵’은 출시 3일 만에 5만 개가 판매되며 GS25 전체 빵 상품 매출 1위에 올랐다. 김태균(사회학 2025) 씨는 “민음사빵을 사려고 편의점 재고 어플을 확인하고 찾아갔지만 이미 품절인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책의 내용뿐 아니라 출판사와 책이 가진 이미지까지 소비 대상으로 확장된 셈이다.
‘검색’ 대신 ‘발견’
헌책방에서의 텍스트힙

▲ 헌책방처럼 책을 하나씩 살펴보며 예상하지 못한 책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 청년들의 새로운 방문처가 되고 있다.(사진=김가빈 기자)
텍스트힙은 오프라인에서 책을 소비하는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헌책방처럼 책을 하나씩 살펴보며 예상하지 못한 책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 청년들의 새로운 방문처가 되고 있다. 신촌의 헌책방 ‘숨어있는 책’을 방문한 노유빈(경제학 2024) 씨는 “요즘 SNS에 헌책방 관련 게시물이 계속 뜬다”며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도 예전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헌책방을 찾아가는 게 유행”이라고 말했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을 방문한 적 있는 강민서(응용영어통번역학 2024) 씨 역시 “책이 쌓여있는 모습이 평소 정리된 서점 분위기와 달라 인상적이었다”며 “절판된 책이나 부모님 세대가 읽었던 인기 도서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양진(국어국문학) 교수는 “헌책방이 가진 레트로 감성이 ‘힙’하다고 여겨져 청년들이 방문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헌책방의 희소성과도 맞닿아 있다. 김 교수는 “이전까지 헌책방에서 마케팅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며 “지금은 헌책방의 희소성에 근거한 마케팅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서 만난 이화여대 재학생 김경주 씨는 “청계천에서 책을 보다가 근처에 헌책방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찾아왔다”며 “온라인 서점에서 빠르게 찾는 방식과 달리 직접 책을 고르고 읽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고 말했다.
다시 텍스트를 찾는 청년들
앞으로의 독서는
청년들이 텍스트힙을 통해 다시 독서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변화한 주변 환경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 청년들이 책을 찾는 현상은 일종의 ‘반사적 행위’”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문적, 교육적으로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던 코로나 시기에 초등학교를 다녔던 세대가 이제 대학에 진학할 때가 됐다”며 “충분히 교육받지 못했다는 내적 갈등이 오히려 책을 통해 그 공백을 메우려는 반작용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노 씨는 “고교 학창시절 대부분을 코로나로 보내며 필요한 지식들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넘어갔다”며 “스스로가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연예인의 지적 이미지를 동경하는 현상도 청년들의 독서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실제로 지난해 걸그룹 아이브 장원영이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추천한 도서 ‘초역 부처의 말’은 당시 실시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도서 플랫폼 예스24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초역 부처의 말’은 방송 방영일 기준 전일 대비 판매량이 1983.3% 가량 증가했다. 허 씨는 “작년에 장원영이 말한 책이 근처 도서관에서 대출하려고 했더니 예약까지 꽉 차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제는 연예인이 지적인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며 “이러한 모습을 모방하려는 심리가 청년이 독서를 하는 이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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