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연속기획] 건강과 즐거움을 한 번에 잡다, ‘헬시 플레저’ 열풍
<문화 트렌드 연속 기획>
① 야구장으로 향하는 20대
② ‘헬시 플레저’ 트렌드 속 건강한식문화를 즐기는 20대
# 우리신문은 청년·학생의 문화 트렌드를 반영한 기사를 연재한다. 두 번째 순서로,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변화한 청년층의 식문화를 살펴본다. 2000년대 초반 ‘웰빙(well-being)’ 열풍은 유기농과 슬로푸드를 앞세우며 건강에 해로운 식품은 철저히 배제하는 소비문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건강을 챙기면서도 맛과 재미를 놓치지 않는 헬시 플레저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대학생들의 식생활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헬시 플레저 열풍
쿱스켓, 관련 제품 판매량 두 배 증가
국내 식품업계에서 건강과 맛을 동시에 챙기는 ‘헬시 플레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펩시 제로슈거’는 출시 4년 만에 국내 누적 판매량 약 17억 캔을 돌파했다. 대표적인 고칼로리 음식인 떡볶이도 저당 열풍에 합류했다. 엽기 떡볶이는 9일 전국 매장에서 ‘저당 엽기떡볶이’를 선보여 다이어터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교내 편의점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두드러진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쿱스켓(이마트24와 대학생협이 함께하는 편의점 브랜드)’ 제품 판매량 상위 100위를 분석한 결과, 제로·단백질 음료 판매량은 2022년 8%에서 지난해 16%로 3년 사이 두 배가 늘었다. 생협 정광수 판매사업팀장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헬시 플레저 관련 상품 진열 공간을 별도로 편성했다”며 “헬시 플레저 관련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적극적으로 입고하는 등 매장 운영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 한 학생이 쿱스캣에서 단백질 음료를 고르고 있다. (사진=조한음 기자)
건강식 전문 프랜차이즈도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샐러드와 포케를 앞세운 브랜드들이 가맹점 수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마이프랜차이즈’ 공시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샐러드 브랜드 ‘샐러디’는 2016년 9개 가맹점으로 시작해 2025년 8월 기준 341개로 늘어나, 연평균 약 36개씩 증가했다. 포케 전문 브랜드 ‘포케올데이’도 2021년 39개에서 2025년 7월 155개로 확대돼, 연평균 약 29개 매장이 문을 연 셈이다.
회기동 경희대로와 회기로 사이에는 ‘프레퍼스’, ‘샐러디’, ‘그린브로스’ 등 8곳이, 영통3동 청명로와 매영로 사이에는 ‘아토키토’, ‘포케올데이’, ‘헬린이식당’ 등 6곳이 2022년 이후 새로 문을 열었다. 영통에서 다이어트 음식점 ‘헬키푸키’를 운영하고 있는 이종한 씨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에 맞춰 올해 4월 매장을 열게 됐다”며 “주고객층은 20대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채소·과일 섭취 부족한 1인 가구
헬시 플레저 음식으로 영양 보충
학생들은 간편하게 영양을 채우기 위해 헬시 플레저 음식을 찾는다. 교내 편의점을 방문한 김승규(미래정보디스플레이학 2025) 씨는 단백질 음료를 찾았다. 그는 “간단하게 식사로 때우기 좋아서 일주일에 한 번씩 사 먹는다”며 “단백질 음료가 좀 비싸긴 하지만, 몸에 좋아 자주 찾게 된다”고 구매 이유를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400g 이상의 채소·과일을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1인 가구의 채소·과일 섭취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구원이 진행한 ‘서울시민 식생활 실태 분석과 식생활 정책방향 보고서(2024)’에 따르면 가구원 수별 과일 및 채소 1일 500g 이상 섭취 비율은 ▲1인 29.3% ▲2인 39.3% ▲3인 40.7% ▲4인 이상 39.5%로 나타났다.
이렇듯 채소와 과일 섭취가 부족한 1인 가구 학생들에게 헬시 플레저 음식은 일상 속에서 간편하게 건강을 보완할 수 있는 선택지다. 서울캠 후문에 위치한 샐러드 가게 ‘몬스터플레이스’를 방문한 한국외대 전윤호(ELLT학 2021) 학생은 점심 메뉴로 샐러드를 골랐다. 그는 “식단 관리를 하고 있는데, 맛있고 가까워서 일주일에 2~3회 찾아온다”며 “자취를 하다 보면 채소를 먹기 힘들어서 의식적으로 방문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 영통동에서 다이어트 음식점 ‘헬키푸키’를 운영하고 있는 이종한 씨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에 맞춰 올해 4월 매장을 열게 됐다”며 “주고객층은 20대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다이어트 음식점 '프레퍼스' 메뉴판. (사진=이환희 기자)
다채로운 맛과 색감
커스터마이징으로 취향대로 즐겨
커스터마이징으로 매번 다른 맛을 즐길 수 있으면서 동시에 SNS에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도 헬시 플레저의 매력이다. 평소 건강식을 즐기는 손윤서(응용영어통번역학 2025) 씨는 “원하는 토핑을 골라 넣을 수 있어 매번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며 “SNS에 사진 올리는 걸 좋아하다 보니 색감이 예쁜 포케와 샐러드를 찾는다”고 전했다.
포케와 샐러드는 과거 다이어트나 헬스 목적의 제한된 소비층만 찾던 건강식이었지만, 이제는 하나의 일반식으로 자리 잡으며 외식업계에서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헬시 플레저 음식은 본인의 취향에 맞춰 재료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요소와 결합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청년층의 헬시 플레저 열풍에 대해 ‘헬스커뮤니케이션’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조수영(언론홍보학) 교수는 “지난 몇 년간 먹방과 맛집 탐방의 유행으로 청년들의 자극적인 음식 섭취와 성인병이 우려됐지만, 최근 다이어트와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며 “다만 이러한 식문화가 단순히 음식이나 칼로리 제한에 머무르지 않고,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헬시 플레저 식문화는 학생들의 일상 속에서 맛과 건강, 편리함과 개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도 헬시 플레저 음식은 대학가 식문화에 중요한 한 축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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