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연속기획] 장난감으로 위로받는 시대… 대학가 키덜트 열풍
<문화 트렌드 연속 기획> ⑪ 키덜트(Kid+Adult) 문화
# 청년ㆍ학생 문화 트렌드 열한 번째 기획으로, 우리신문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심리적 안정과 자아를 찾아가는 청년 세대의 키덜트(Kid+Adult) 문화를 살펴봤다. 어린 시절의 동심으로 돌아가 촉감형 완구와 커스터마이징 형식의 장난감을 소비하는 것은 청년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완구가 주는 감각에 집중하고 재구성하는 것은 일상의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인 동시에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고 있다. 우리신문은 학생들을 만나 장난감에 빠진 청년 세대의 심리를 들어봤다.

▲ 일상의 스트레스 해소와 자기표현을 위해 장난감을 찾는 대학생들의 키덜트 문화가 크게 번성하면서, 창신동 문구완구거리가 청년들로 북적인다. (사진=도은오 기자)
말랑이, 왁뿌볼, 키캡까지
‘가성비 행복’에 동심 사는 청년
일상 속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탈출구로 장난감을 찾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말랑말랑한 촉감의 ‘말랑이’, 손으로 눌러 공 안의 왁스를 터뜨리는 재미를 강조한 ‘왁뿌볼’, 작은 기계식 키보드를 누르는 ‘키캡’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가격 부담이 낮으면서 즉각적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다. 패션잡화 앱인 에이블리 공식 집계 자료에 따르면 키캡 키링 거래액은 전년도 대비 약 175배 증가했다. 왁뿌볼과 말랑이는 각각 약 20배, 약 5배 늘었다.
우수민(사회학 2025) 씨의 손에는 늘 말랑이가 쥐어져 있다. 5,000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말랑이를 구매한다는 우 씨는 “이동할 때나 과제할 때 습관적으로 말랑이를 만지곤 한다”며 “유년 시절의 감성과 추억을 불러와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힘들 때마다 말랑이를 만진다는 신민주(회화 2025) 씨 역시 “왁뿌볼 특유의 오도독하는 소리가 청각적인 재미를 더해준다”고 설명했다.
시장 규모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NH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0·30 세대의 완구 관련 지출은 2024년도 대비 224% 급증했고,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 기준 올해 국내 키덜트 시장의 규모가 1조 6,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러한 열풍은 오프라인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창신동 문구시장에서 ‘삼영사’를 운영하는 이월용 씨는 “예전에는 아이들이 주 손님이었다면 최근에는 20~30대 손님들이 훨씬 많아졌다”며 “SNS에서 유행한 제품을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많고, 레트로 장난감이나 추억의 문구류를 찾는 젊은 손님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촉감형 장난감’과 함께
단순한 자극을 통해 얻는 안정
사회심리학을 가르치는 최혜원(사회학) 교수는 이같은 열풍의 배경에는 단순한 취향 소비 이상의 정서적 요인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단순하고 익숙한 놀이 요소는 일상 속에서 작은 만족감과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다”며 “최근의 키덜트 문화는 청년 세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취향과 감정을 관리하는 문화적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말랑이나 왁뿌볼 같은 촉감형 완구는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소비되기도 한다. (사진=서라수 기자)
특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말랑이나 왁뿌볼 같은 촉감형 완구는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소비되기도 한다. 반복적으로 누르거나 만지는 단순한 행동 자체에서 재미와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유진(중국어학 2024) 씨는 SNS를 통해 장난감을 접한 뒤 이른바 ‘말랑이 성지’ 동묘까지 찾아가 구매했다. 이 씨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장난감을 만지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감정이 이성적으로 정리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소리가 나지 않아 수업 중 졸음을 쫓기 위해 몰래 만지거나, 시험 기간 밤을 새울 때도 집중력을 높이는 데 유용하게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반복적으로 누르거나 만지는 행동, 일정한 소리를 반복적으로 듣는 행위처럼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감각 자극은 긴장을 완화하고 통제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이러한 완구류의 유행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조절하려는 청년 세대의 대응 방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유’를 넘어 ‘표현’으로
본인만의 커스터마이징
키덜트 소비는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내는 ‘커스터마이징’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기계식 키보드의 자판 단추를 교체하는 키캡 꾸미기다. 스마트폰 케이스를 바꿔 끼우는 것처럼 키보드 자판을 빼내고 좋아하는 색상이나 귀여운 캐릭터 모양의 단추를 끼워 넣는 방식이다. 미니 피규어나 아기자기한 장식품을 따로 구매해 붙이기도 한다.
이와 함께 가방에 키링과 인형, 스티커 등을 달아 꾸미는 ‘백꾸(가방 꾸미기)’ 문화 역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밋밋한 기성품을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뱃지를 추가해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매일 쓰는 다이어리를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로 아기자기하게 채우는 ‘다이어리 꾸미기(다꾸)’는 기본이고, 최근엔 평범한 볼펜 대에 귀여운 인형이나 비즈 장식을 달아 자신만의 필기구를 만드는 ‘볼펜 꾸미기’까지 등장했다.
우 씨는 “요즘 들어 사람들이 가능한 모든 상품을 꾸미는 분위기인데, 개성을 표현하기 좋은 방법”이라며 “취향껏 꾸며진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안서현(국어국문학 2021) 씨는 “학교생활은 노력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꾸미는 것은 온전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에 최 교수는 “청년 세대는 기성품을 그대로 소비하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합하고 변형하는 과정을 통해 정체성을 드러내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러한 소비는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의 키덜트 문화는 청년 세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취향과 감정을 관리하는 문화적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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