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연속기획] 유행을 넘어 문화로··· 청년 사로잡은 애니메이션, 현실의 고단함 넘어 마음 달래준 또 하나의 세계
<문화 트렌드 연속 기획> ⑥애니메이션 열풍
# 청년·학생의 문화 트렌드 기획 그 여섯 번째 순서로, 청년 세대의 애니메이션 열풍에 대해 알아본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 편》,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등 박스오피스에 일본 애니메이션 이름이 연이어 올라가며, 시들했던 극장가가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다. 우리신문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청년들이 애니메이션을 소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이례적인 애니메이션 돌풍
청년 세대를 극장으로 이끈 이유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 편》(이하 《귀멸의 칼날》)은 지난 9월 개봉해 약 565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했다. 이는 올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관객 수다. 이어 개봉한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 편》은 약 329만 관객으로 올해 한 국 박스오피스 6위다. 영화진흥위원회는 “9월 외국 영화 매출액이 전년 대비 128.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례적인 애니메이션 돌풍엔 20대 영향이 컸다. 《귀멸의 칼날》의 20대 관람객 비율은 절반에 가까운 41%였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한국 영화 《좀비딸》의 20대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이동배 교수는 “극장은 ‘그냥 영화 보는 곳’이 아니라 ‘작품을 체험하는 장소’가 됐다”며 위 현상을 분석했다. 이어 “팬덤 기반 소비 구조가 자리 잡아 한 작품을 여러 번 보는 팬덤형 소비가 보편화 됐다”고 덧붙였다.
굿즈 문화도 인기에 한몫했다. 국제캠 인근 영화관에서 지난달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던 김동규(컴퓨터 공학 2025) 씨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분장을 하고 영화관에 방문하거나 극장 캐릭터 굿즈를 모으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코스프레, 커스터마이징 등의 굿즈 문화는 OTT가 대체할 수 없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극장판 주술회전: 시부야사변 X 사멸회유》 포스터가 영화관에서 많은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사진=서라수 기자)
애니메이션 장르만의 매력
“포켓몬 세계가 현실이면 좋겠다”
실사 영화와 전혀 다른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가 등장하거나, 물리 법칙을 뛰어넘는 마법 세계가 펼쳐지기도 한다. 김채은(한국화 2025) 씨는 “포켓몬 세계가 현실이면 좋겠다”며 “표현의 한계를 두지 않는 애니메이션의 묘사가 실사로는 구현하기 힘든 다양한 장면들을 연출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즐겨 본 박성우(회화 2025) 씨는 “실사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연출이나 액션신이 재미 요소로 다가온다”며 “애니메이션 장르만의 특성이 많은 이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흥행은 기존 팬층에 그치지 않고, 평소 애니메이션을 소비하지 않던 이들까지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 하다. 소다미(중국어학 2024) 씨는 “관심이 없었지만 주변인들의 추천으로 《진격의 거인》을 봤다”며 “유치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비현실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인간 사회의 갈등, 자유의 의미, 국가의 통제 같은 현실적 문제들을 함께 다루고 있어 몰입도가 매우 높았다”고 덧붙였다.
부정적이던 ‘오타쿠’ 문화
자신 드러내는 수단으로 탈바꿈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사람들을 향한 사회의 시선은 과거와 달라졌다. 한때 ‘오타쿠’는 일본 문화에 과몰입하는 이들을 칭하는 부정적 표현이었지만, 이젠 특정 취향을 가진 개인을 지칭하는 용어에 가깝게 사용된다. 청년층은 장르 특성이나 주변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애니메이션을 문화 콘텐츠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소비하고 있다.
김태경(현대일본사회문화) 교수는 ‘오타쿠’라는 개념에 대해 “현대 사회는 모두가 오타쿠가 된 시대” 라며 “각자 관심 분야에 열정을 갖고 소비를 이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 문화가 다양성을 추구하게 되면서 여러 장르의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애니메이션이 주요 콘텐츠로 부상한 것 뿐”이 라며 “개인이 자신의 가치관의 방향성을 성찰하고 조정할 때 비로소 건강한 취미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의 오타쿠 개념에 박 씨는 “애니메이션이 대인 관계를 차단한다기보다, 이미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위로를 얻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나한테도 어려운 시기에 의지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업, 취업, 주거 등 불안한 현실 속에서 애니메이션이 지닌 서사는 청년들에게 정서적 지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학업과 취업, 주거 문제로 마음이 흔들리는 시대에 청년들은 애니메이션 속에서 다시 일상을 견딜 힘을 찾는다. 이번 애니메이션 돌풍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청년들이 자신을 지탱하는 방식을 새롭게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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