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30년 넘게 제자들 위해 기부하는 전종득 명예교수, "여유와 낭만을 잃지 않길”
▲ 전종득 명예교수(사진)는 "작은 돈이지만 꾸준히 하면 누군가는 도움이 되겠지 생각했다"며 33년 동안 우리학교에 매달 기부해오고 있다. 장학금을 받은 제자가 나중에 우리학교 교수로 임용됐을 때는 "그만큼 뿌듯한 순간도 없었다"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사진=최단 기자)
# 수학과 전종득(해석학) 명예교수는 1993년부터 지금까지 매달 50만 원을 수학과 장학기금으로 기부해 왔다. 30년 넘게 이어진 꾸준한 나눔에는 제자와 후학을 향한 그의 마음이 담겨 있다. 우리신문은 전 교수를 만나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가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30년 동안 이어진 기부
“학생들한테 조금이라도 보탬 됐으면”
전 교수의 기부는 1993년부터 시작됐다. 매달 50만 원씩 우리학교 수학과 장학기금으로 내놓으며 지금까지 30년 넘게 그 약속을 지켜왔다. 전 교수는 이러한 결심의 배경에 자신의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중학교 때부터 줄곧 장학금을 받아 공부했는데 그게 아니었으면 공부하기 힘들었을 거에요. 늘 도움을 받으면서 지내왔으니까, 저도 학생들한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죠”라고 회상했다.
그 경험은 곧 기부로 이어졌다. 그는 “매달 50만 원씩 장학금으로 내놓기 시작해서, 작은 돈이지만 꾸준히 하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겠지'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전 교수의 나눔은 우리학교에만 머물지 않는다. 매달 유니세프에 5만 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3만 원을 정기 후원하며 국내외 아동들을 돕는 데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묵묵히 지켜본
제자들의 발자취
전 교수는 기부의 보람을 학생들과의 소소한 연결에서 찾는다. “가끔 졸업한 학생들이 내 연락처를 알아내 전화를 걸어오곤 하고, 또 장학금 수혜 학생 발대식에 초대받기도 해요. 저는 직접 가지는 않지만,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기부가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구나' 느껴요”라며 감회를 전했다. 전 교수의 목소리에는 앞에 나서기보단 묵묵히 뒤에서 지켜보려는 교육자의 태도가 묻어 있었다.
가르쳤던 제자들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도 있다. 전 교수는 “내가 가르쳤던 제자 중 한 명이 경희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다시 경희대 교수로 돌아왔어요. 제자가 동료로 부임했을 때 그만큼 뿌듯한 순간도 없었죠”라고 회상했다.
▲ 전종득 명예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수학과 교수들. (사진=최단 기자)
후학들에게 전하는 낭만
“여유와 낭만을 잃지 않길”
후학들에게 전 교수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덕목은 ‘성실’이다. “가장 좋은 것은 성실히 살면 기회가 옵니다. 저도 덕성여고 교사로 시작했을 때는 교수가 될 줄 몰랐습니다”라고 전했다.
학문적 성취뿐 아니라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조언을 건넸다. “낭만 있게 살아라”는 말 속에는 평생 간직해 온 철학이 담겨 있다. 여전히 문학 전집을 즐겨 읽는 전 교수는 “수학을 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이과적 사고에 머문 게 아니라, 문학 같은 문과적 학문에도 관심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에게 성실과 낭만은 결국 같은 맥락이었다. 흔들림 없이 학문을 이어가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감수성을 잃지 않는 것. 전 교수는 “후학들이 성실하게 자기 길을 걸어가면서도 여유와 낭만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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