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우정택 의무부총장
# 약 1년여 기간 공석이었던 의무부총장직에 우정택(의학) 명예교수가 임명돼 지난 4월 임기를 시작했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고 의대생 대규모 유급 사태로 인해 교육 현장의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 부총장을 만나 현 상황에 대한 대응책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우 부총장은 “서로 다른 학과가 함께 모여 연구하고, 기초와 임상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Q. 의무부총장 부임 소감과 각오는?
의무부총장 자리를 맡게 돼 영광스럽다. 동시에 따르는 책임의 무게도 크다. 하지만 지금까지 병원 진료, 의대 교육, 행정 등 다양한 보직을 두루 경험한 경력을 생각하면, 주어진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있다.
대부분 대학에서는 의료기관장이 의무부총장을 겸직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의료계 내부 갈등과 의정 갈등, 그리고 학문 간 융합이 주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의료기관과 의학 계열 연구·교육이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겸직 체제에서는 진료, 수련, 행정, 교육, 연구 등을 동시에 챙겨야 해 집중과 분산 사이에서 효율을 내기가 어렵다. 우리학교는 의대 병원뿐 아니라 치과병원, 한방병원 등 다수의 병원이 존재하고 있어, 겸직 체제로는 의무부총장의 본연 역할을 수행하기가 더더욱 어려운 구조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역할을 분리하는 구조를 새롭게 시도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체제는 우리학교에서도 처음 도입되는 모델인 만큼 정착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역할 분담이 분명해지고,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이 역할을 맡게 되어 의미가 크고, 그만큼 책임감도 크다.
Q. 의료기관장과 의무부총장을 분리하는 첫 시도인 만큼, 우려되는 점은 없나?
새로운 제도는 항상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은 혼선이나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결국 꾸준한 소통과 조율을 통해 풀 수 있다고 본다.
진료 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봐왔고, 의대 학장직을 수행하며 학생 교육과 커리큘럼 운영에도 깊이 관여해 왔다. 의료기관 보직도 여러 번 맡았기 때문에, 병원과 대학 양쪽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두 조직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현재는 체제 전환기지만, 오히려 이 시기를 통해 양쪽 조직이 더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본다.
Q. 최근 의료계 집단행동과 의대생 유급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24, 25, 26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 문제도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은?
이 문제는 특정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의료교육 체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라고 본다. 물론 정부 정책에 대학이 발맞춰야 하겠지만, 그에 따른 교육 혼란은 결국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해소해 나가야 한다.
현재 상황에선 교수의 교육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교육의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총장님이 최근 선포한 ‘교육 혁신 비전’과 함께 출범한 교육혁신추진단의 역할이 여기에 중요하다.
AI 시스템, 에듀테크 같은 디지털 교육 자원을 적극 활용하면 현 상황에서도 많은 학생이 효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코로나 시기 의대생의 온라인 수업 만족도가 높았던 걸로 기억한다. 의학 교육은 기본적으로 지식 중심 구조이기 때문에 반복 학습과 동영상 강의가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식 전달 중심에서 벗어나 실습, 토론, 문제 해결 중심으로 교육을 재편해 가야 한다.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교육 모델로 전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Q. 실습수업에 대한 대책은?
실습수업은 시간 조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임상 실습은 병원 공간과 환자, 교수 인력이라는 현실적 제약이 있어 더 복잡하다.
현재 3, 4학년 학생 가운데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인원이 있고, 이들은 결국 유급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급자가 늘어나면 향후 실습 인원이 급증하게 되는데, 인원이 두 배, 세 배가 되면 교수와 직원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병원 내부 자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필요하다면 지역 중소병원과 협약을 맺어 실습 인프라를 확장하고, 학생에게 다양한 임상 환경에서의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Q. 의대, 한의대, 치대뿐 아니라 간호대, 약대까지 갖춘 통합 보건의료 체계를 갖고 있다. 메디컬 계열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의학, 치의학, 한의학, 간호학, 약학이 모두 각각의 전문성을 갖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환자와 건강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지향한다. 하지만 교육과 연구에서는 여전히 분절돼 있다. 이 부분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융합의생명과학원 같은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서로 다른 학과가 함께 모여 연구하고, 기초와 임상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런 구조를 통해 학문 간 시너지를 키우고, 대학 차원의 대표 연구 성과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Q. 의무부총장 자리는 1여 년 간 공석이었다.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과제는?
처음으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모두 겸임한 교수로 발령받았던 경험이 있다. 두 영역에 걸친 커리어가 있어 지금 의무부총장에 잘 맞는다고 본다.
과거 의대 학장, 병원 경영정책실장 등을 거치며 행정과 교육, 의료현장을 모두 경험했기에, 대학과 병원 사이에 존재하는 부조화를 조화롭게 조정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그 출발점은 연구라고 본다. 기초 교수의 기술과 역량, 임상 교수의 현장성과 문제의식을 연결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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