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은 (행정학 2020)
뉴스를 보면 전 세계에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전쟁, 국가 폭력, 난민 문제 같은 물리적 충돌부터 관세 전쟁과 같은 보이지 않는 갈등까지, 세계는 이전과 다른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구 저편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마치 내 일처럼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던 중 나는 핀란드에서 6개월간 교환학생으로 생활할 기회를 얻었다.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유럽과 세계에 벌어지는 일들을 직접 마주하고 그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온몸으로 느꼈다. 이는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속에서 현재 인류가 지녀야 하는 가치들을 깨닫게 해주었다.
핀란드에 도착한 지 한 달이 되던 2024년 1월 28일, 핀란드 대선이 치러졌다. 한국과는 사뭇 다른 선거 홍보 방식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각 후보자는 광장에 부스를 설치하고 시민들에게 간식과 따뜻한 음료를 나눠주었다. 사람들은 부스 안에서 간식을 먹으며 후보자의 공약이 담긴 팸플릿을 읽고, 정당 관계자들과 정책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눴다. 익숙했던 일방적인 연설 방식과 달리, 축제처럼 열린 분위기 속에서 정치적 논의가 이뤄지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 핀란드 탐페레(Tampere) 중앙 광장에 위치한 선거 운동 부스(위 사진), 정당 관계자와 이야기 나누며 찍은 사진(아래 사진, 사진 가운데가 필자) (사진=안유은 동문 제공)
각 부스를 돌아다니며 따뜻한 음료를 마시던 중, 정당 관계자와 핀란드의 정치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핀란드는 유럽연합(EU)의 일원이면서도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복잡한 관계를 유지하며 오랫동안 중립국 지위를 고수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했으며, 국경을 폐쇄하는 등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당시 선거에서도 안보 정책이 주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뉴스에서만 접하던 국제 정세가 내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면서, 핀란드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을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여전히 휴전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상황이 결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곳곳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개인과 단체들의 시위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독일에서는 파란색과 노란색 천을 악기 머리에 묶고 버스킹을 하던 젊은 여성을 보았다. 그녀의 음악이 마치 고통받는 땅에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처럼 들렸다. 국경을 넘어 연대하는 유럽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 또한 이웃 나라의 고통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인간이라는 더 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반인류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인간의 존엄성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리 모두 연대한다면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 독일에서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을 담은 천을 달고 버스킹하던 여성 (사진=안유은 동문 제공)
놀라웠던 점은 유럽 내 문제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갈등과 전쟁에도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독일을 여행하던 중,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규탄하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마주쳤다. 궁금한 마음에 연설이 진행되는 장소로 다가가자, 학생들은 팸플릿을 나눠주며 시위의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이스라엘을 침략한 가자지구에 대해 이스라엘이 도 넘은 보복을 가하고 있던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독일은 과거 유대인을 학살한 잘못을 반성하기 위해 유대인 국가인 이스라엘에 아낌없이 지원하는 기조를 보였다. 이번 일마저 독일 정부와 대학 기관들이 이스라엘 편에 서서 가자지구에 행해지는 무자비한 공격을 침묵하고 있었다. 이에 많은 독일 대학생이 국제적으로 행해지는 잘못에 독일 정부는 더 이상 침묵하지 말 것을 촉구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과거의 잘못은 확실히 반성하되, 맹목적인 반성이 아닌 다시는 국제 사회에 저들이 일으켰던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독일인의 간절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나간 역사에 대해 현재의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와 다가올 미래를 성숙하게 대하는 법을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었다.
▲ 가자지구-이스라엘 전쟁에 목소리 내는 독일 대학생들 (사진=안유은 동문 제공)
한편 요즘 국제 사회를 보면 연대 의식이 점차 으스러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을 강화하며 과거 멕시코 국경 장벽을 세운 것에서 나아가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요새화하고 있다. 러-우 전쟁에 북한이 개입하며 신냉전 구도가 가속화되는 것을 보면 세계시민의 덕목을 지키자는 말이 허황된 말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국경은 인간이 필요에 의해 그은 선에 불과할 뿐이다. 국가도, 문화도 다르지만 이들이 서로의 처지에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이유는 어느 나라 국민이기 이전에 우린 다 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국경과 장벽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역사적 잘못을 반성하고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존재다.
교환학생 기간 동안 세계 각지 사람들을 만났다. 이는 그들이 지닌 고통은 인류의 문제로서 우리도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교환학생으로 얻은 소중한 국제 사회에 대한 연대감을 잊지 않고, 지구촌에 일어나는 고통에 책임지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나아가는 세계시민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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