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수의 글쓰기 철학은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고 연결하는 데 있다. (사진=이문재 교수 제공)
후마니타스칼리지 이문재 교수
# 글쓰기교과교재편찬위원회 위원장 이문재 교수는 후마니타스칼리지(후마)의 글쓰기 교과를 편찬했다. 그리고 14년간 수많은 학생에게 글쓰기 교과를 교육했다. 시간이 흘러 이 교수는 이제 정년을 맞아 강단에서 내려오게 됐다. 우리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과정을 모두 밟고 글쓰기 교과까지 만든 이문재 교수를 만나봤다.
글쓰기 교과의 필요성
‘영혼 없는 탁월성’ 경계
2008년 미국을 강타한 금융 위기는 대학 교육의 위기를 드러냈다. 이 교수는 이를 ‘교양이 배제된 지식 습득이 빚어낸 결과’로 봤다. “그 결과, 세계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영혼 없는 탁월성’을 경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이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 교육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확신했다. 학생을 취업만 위해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영혼 있는 탁월성’을 갖춘 인재로 길러내기 위해 노력했다.
후마 글쓰기 교과는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이 교수는 글쓰기교과교재편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후마 교양 교육에 헌신했다. 특히 후마의 글쓰기 교양은 기초와 심화를 아우르는 6학점 체계로, 타 대학에 비해 독보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경희대 출신은 글을 잘 쓴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이 교수가 생각하는 글쓰기 능력은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시민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라는 신념에 따른 것이다.
글쓰기의 힘
성찰에서 공감과 연대로
이 교수는 글쓰기를 단순히 표현의 도구로 보지 않았다. 글쓰기는 개인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타인과 연결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지식 습득에서 벗어나 그걸 표현하기 위해 글쓰기 능력은 필수다. 이 교수는 인간이 성찰의 글쓰기를 통해 사적인 차원을 넘어 타자, 나아가 문명과 미래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배운 것을 성찰하는 개인의 각성, 글로 풀어쓰는 ‘자기표현’을 통한 공감과 연대가 미래의 문을 여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에게 ‘영혼 있는 탁월성’에서의 영혼이란 교양을 갖추는 것, 그리고 타인과 관계 맺기를 포함하는 것이다.
2011년, 후마 교양 교육이 시작했고 이 교수는 14년간 강단에서 글쓰기 과목을 가르쳤다. 이 교수는 ‘글쓰기는 힘이 세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체성과 성격, 가치관을 형성한 사건을 글로 풀어내면, 자신이 관계의 소산이자 과정임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글로 써 내려가는 사건을 재고하며 현재의 ‘나’가 형성된 이유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대면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라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이 교수가 편찬에 참여한 성찰과표현과 주제연구 교재 (사진=조병연 기자)
글쓰기 교과의 미래
‘질문하는 사람’으로 키워야
글쓰기 교과의 방향에 이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를 언급했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좋은 질문을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 질문하지 않는 사람은 인공지능의 노예가 된다는 사실은 변치 않을 겁니다.” 이 교수는 글쓰기를 통해 학생이 ‘의미 있는 질문’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찰과표현’에서 학생은 ‘한국 사회,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는 무엇을 먹는가’, ‘우리는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와 같은 주제로 글을 쓴다. 이 교수는 “이런 삶이 우리가 원한 삶인가, 어떤 삶이 과연 좋은 삶인가, 우리는 어떤 세상을 후대에 물려줄 것인가 같은 근원적 질문을 붙잡고 자신과 이웃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민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민입니다”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나와 타인을 깊게 이해하는 좋은 글을 쓰고 더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 남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라고 조언한다. “악기 연주, 스포츠, 요리 능력을 대학 시절에 습득하길 바랍니다. 물론 셋 중 하나만 터득해도 더 크고 멋진 삶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경계를 뛰어넘어 타인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에 참여해야 타인과 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글쓰기 교과 이후
어떤 학생과 교수가 남는가
14년간 우리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친 이 교수는 오는 2월 강단에서 내려온다. 하지만 그의 글쓰기 강의는 계속된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나를 위한 글쓰기’ 강좌를 확대할 계획이다.
“모두가 자기 삶의 저자가 될 때,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이 교수는 글쓰기를 통해 학생이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결국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를 꿈꾼다. “글을 쓰세요. 본인의 이야기를 기록하세요. 그것이 미래로 가는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이 교수의 글쓰기 철학은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고 연결하는 데 있다. 그의 여정은 퇴임 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글쓰기를 통해 ‘영혼 있는 탁월성’을 추구하는 그의 가르침이 우리 모두의 삶에 스며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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