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후마의 위기는 정체성의 위기 ‘인간을 기르겠다’던 교육은 어디로
창간 71주년 특별기획
후마니타스 15년을 묻다
① 학생들이 바라보는 후마
② 교수들이 바라보는 후마
③ 후마 설립 당시의 철학과 현재
④ 후마의 정체성 위기
# 2011년 출범한 후마니타스칼리지(후마)는 “한국을 대표하는 교양교육 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구성원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신문은 15년이 흐른 지금, 교양교육의 모범으로 불리던 후마가 설립 당시의 철학과 역할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지 되짚어보고자 한다. 4회에서는 자주 거론되는 후마의 정체성 위기를 살펴본다.

▲ 2000년대 후반 우리학교는 교양교육의 책임을 재확인하고 목표를 되찾아야 한다는 방향을 설정했고, 그 결과물이 후마였다.(사진=이환희 기자)
2010년 후마의 시작
기계 아닌 인간 길러낸다는 꿈
‘대학은 기계를 길러내지 않고 인간을 길러낸다.’, ‘영혼 없는 탁월성은 탁월성이 아니다.’
이러한 교육철학을 이야기했던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의 시작은 대학의 존재 이유와 기본 책임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2000년대 후반 우리학교는 대학 교양교육이 방향을 상실하고 있다는 반성 아래, 교양교육의 책임을 재확인하고 목표를 되찾아야 한다는 방향을 설정했다. 그 결과물이 후마였다. 2007년 후마 준비 위원단이 꾸려졌고 2010년 9월 출범식을 거쳐 2011년 학생들과 처음 만났다.
“경희대학교가 학부 교양교육을 혁신합니다. 후마니타스칼리지가 강화된 교양교육을 전담합니다. 후마니타스칼리지는 21세기 교양교육의 한 전범을 확립하고자 합니다.” 15년 전 후마는 완전히 새로운 교양교육의 시작을 선언했다. 21세기 지구공동체의 요청에 응답하는 탁월성의 교육을 실시한다며 학부생 한 사람이 탁월한 개인으로,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숙한 공동체 성원으로 대학 문을 나설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마 설립 당시 총장이었던 조인원 이사장은 최근 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후마 과정은 ‘쉬운 기본’이라기보다는 ‘깊이 있는 학문을 바라보는 사유 방식과 철학’을 담당하는 것”이라며 “전공과 사회 진출에 필요한 사유와 인식 능력을 키워 학문다운 학문을 할 수 있는 초석을 놓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설립 당시 목표 중 하나였던 지구적 실천인 양성에 대해선 “지구촌 곳곳의 문제 해결을 위한 현장 체험이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겐 소중한 기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지향점에 다다르기 위해 후마는 설립 초기, 교육 정체성을 반영한 ‘교과조직의 6대 원칙’을 세웠다. 학문 간 경계를 넘어서 전공에 얽매이지 않는 ‘학제성의 원칙’, 복잡한 세계를 다양한 시각에서 가르치는 ‘지구성, 다양성, 복잡성의 원칙’, 단순한 지식 암기가 아닌 자신의 사고를 기르는 ‘지평융합의 원칙’, 역사와 문명을 연대기 순으로만 가르치지 않는 ‘비직선성의 원칙’, 문제의 원인을 탐구하는 ‘문제탐색의 원칙’, 교과목들이 유기적 연관성을 가지는 ‘핵심 공유의 원칙’이 그것이었다.
후마 정체성에 대한 이해도 하락
“예전의 교양으로 돌아갈 수도”
후마 준비위원장과 후마 대학장을 맡았던 도정일(영문학) 교수는 당시 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성원에게 차별화된 교육을 제공해 학생들의 만족도뿐 아니라 자부심 또한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관련기사: [기자가 만난 사람]룩스 후마니타스 칼리지 준비위원회 도정일 위원장/대학주보 1464호/2010.05.17.) 실제로 후마는 구성원의 자부심이 됐다.
서울캠 후마 김진해 부학장은 “설립 초기엔 학생, 학부모, 일반 시민들도 후마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돌아봤다.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언론 역시 실용학문을 중요시하는 대학가에서 홀로 ‘인문학 바람’을 일으키려 했던 시도에 관심을 가지고 보도했다.
후마에 대한 우리학교 구성원의 기대는 짧은 관심에 끝날 정도는 아니었다. 입시설명회에서 후마에 대한 문의가 많았을 정도로 후마는 우리학교의 대표브랜드로 거듭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우리신문이 40명 이상의 학부생을 개별 인터뷰했을 때 후마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있는 학생은 극히 적었다. 오히려 “인터뷰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는 이재성(골프산업학 2023) 씨나 “관심이 없어 몰랐다”는 우수민(사회학 2025) 씨 같은 학생이 더 많았다.
이에 김진상 총장은 2일 우리학교 언론 4사와의 간담회에서 “운영상의 문제점이 도출된 것 뿐이지 후마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엔 과연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 후마의 본질적인 이슈”라며 “후마는 변질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질에 가까워지는 진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현장의 우려는 뚜렷했다. 서울캠 후마 정복철 학장은 “후마가 초창기의 탄력을 회복하는 단계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후마는 찬란한 태양이 되지는 못했다”고 표현했다. 2017년 국제캠 후마에 합류한 김성(물리학) 교수는 “처음엔 학생 때 느껴보지 못했던 다양한 생각이 융합돼 교육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했다”면서도 “지금은 예전에 알던 교양교육으로 돌아가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조금 든다”고 말했다.
돌아볼 시간 필요했던 후마
지쳐가는 15년 전 교수진
후마 교수들은 설립 10주년, 15주년에라도 학교와 후마가 함께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방향성을 다시 잡아야 했다는 데 공감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후마는 자체 평가의 시간을 가져왔다.
2012년 7월엔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 ‘후마니타스칼리지 토론회’가 열렸고, 2014년 12월엔 ‘후마니타스칼리지 4년 평가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에선 후마의 4년을 돌아보며 이룬 성과와 한계를 살펴봤다. 또한 후마의 지향 가치와 현실 사이의 괴리에 대해 토론하는 등의 시간을 가졌다.
당시 심포지엄에서 ‘우리는 왜 대학에 있는가’라는 주제로 발표했던 고봉준(국어국문학) 교수는 현재도 서울캠에서 인간의가치탐색을 가르치고 있다. “후마의 교육철학이 여러 풍파를 겪으며 모호해지거나 왜소해진 것은 맞다”는 고 교수는 “후마의 시작에서 15년 이상 지났는데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예전의 상황에 멈춰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엔 ‘대학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후마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후마 설립 초기의 관심을 기억하는 김 부학장 역시 “우리가 교양교육의 모델이자 모범을 보여줬다는 자부심은 있지만 그 다음 단계로 발전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글쓰기 중핵교과를 가르치는 고인환(국어국문학) 교수는 “15년 전 채용했던 교수진이 거의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며 “지원이 부족하고 교수 충원이 되지 않다 보니 기존 교수진이 지쳐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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