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대동(大同)’ 사라진 대학 축제…학술·공동체는 옛말 축제 예산은 커지고, ‘라인업’은 곧 학교 수준
# 대동제는 ‘함께 크게 어울린다’는 대동(大同)의 정신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현재의 대동제는 연예인 섭외 경쟁과 억대 예산 지출의 장으로 변하며 그 의미가 변하고 있다. 우리신문은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소속 6개 학보(고대신문, 광운대신문, 대학주보, 성대신문, 한대신문, 한성대신문) 공동취재단과 대학 축제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 보고, 향후 대학 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봤다.
매년 증가하는 축제 예산
연예인 섭외비가 대부분
최근 3년간 대학 축제 예산은 증가하고 있다. 축제 예산은 학교가 지원하는 교비와 자치회비, 기업 협찬금 등으로 구성된다. 우리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된 축제 용역업체(대행사) 입찰 공고에 따르면 교비 금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국제캠 대동제 입찰금액은 ▲2024학년도 봄 1억 3,000만 원 ▲2024학년도 가을 1억 4,000만 원 ▲2025학년도 봄 1억 7,000만 원 ▲2025학년도 가을 2억 ▲2026학년도 봄 2억 1,0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서울캠 역시 ▲2023학년도 가을 1억 5,000만 원 ▲2024학년도 봄 1억 5,000만 원 ▲2024학년도 가을 1억 2,000만 원 ▲2025학년도 봄 1억 5,000만 원 ▲2025학년도 가을 1억 5,000만 원 ▲2026학년도 봄 2억 2,000만 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자치회비 투입 규모도 커졌다. 서울캠의 경우 올해 봄 대동제에 투입된 총학생회비 예산액은 1,000만원으로, 지난해 봄 대동제 집행액보다 400만 원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우리학교 1995학번이자 교직원으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학교에 몸담아온 자율전공학부 이진섭 행정실장은 “2016~17년 정도까지만 해도 축제 예산은 7,000만 원 이내였다”며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더라도 인상 폭이 큰 편”이라고 말했다.
예산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연예인 섭외비가 꼽힌다. 국제캠 학생지원센터 구영준 차장은 “무대나 안전관리 비용은 매년 큰 차이가 없다”면서 “예산 인상에는 총학생회의 축제 규모 확대 의사나 연예인 섭외 비용 상승이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국제캠 정재우(포스트모던음악학 2020) 총학생회장 역시 “총 축제 비용에서 연예인 섭외비가 약 2/3 정도 차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은 구체적인 축제 예산 구조나 내역을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다. 공동취재단이 수도권 대학생 5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우리학교 학생 42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재학 중인 대학의 축제 총예산 규모를 아는가’ 문항에 응답자의 59.5%(25명)가 ‘전혀 모르고 있다’고 답했으며, ‘규모 정도만 알고 있다’는 응답은 33.3%(14명) 정도였다. 강아람(미디어학 2025) 씨는 “축제 예산이 그 정도 규모인지 몰랐다”라며 “최근 인터넷에서 타 대학교의 연예인 섭외 비용 관련 내용을 보고 축제 비용 규모가 크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주인공’에서 ‘수동적 관객’으로
달라진 축제의 풍경

▲ 우리학교의 ‘제1회 대학제’에서는 교직원과 학생, 지역 주민들이 함께하는 운동회가 열렸다. (사진=경희기록관 제공)
1956년 우리학교의 ‘제1회 대학제’는 오늘날 축제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음악대학 오케스트라 연주회로 포문을 열어 교직원·학생·지역 주민이 함께하는 운동회로 이어졌으며, 법학대학 학생들은 모의재판을, 국문학회는 학술발표회를 개최했다. 초기 대학 축제는 체육·학술·문화 활동을 공유하는 행사였다는 점에서 지금의 축제와 차이를 보였다.
1970년대 들어 유명 가수를 초청하기도 하며 공연과 이벤트 등 문화 활동 위주의 봄 축제와 체육대회 중심 가을 축제로 이원화됐지만, 1980~90년대 민주화운동 흐름 속에서 다시 마당극·탈춤놀이·풍물패 공연·통일가요제 등 학생 주도 문화가 축제의 중심을 이뤘다. 이 행정실장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축제는 학생 동아리 무대가 중심이었고 가수는 축하 무대로 한 명 정도 방문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는 연예인 라인업이 대학의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정 회장은 “축제를 즐기지 않는 학생들이 비싼 연예인 섭외에 등록금이 쓰이는 것을 비판하는 점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연예인 섭외로 축제가 풍성해지고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점차 학생 참여가 감소하는 흐름 속에서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 역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국제캠 총학생회가 기획한 학생 경연 프로그램 ‘경희 갓 탤런트’는 전체 지원자가 3명에 그쳐 행사가 무산되기도 했다.

▲ 성균관대 오제연(국사학) 교수는 “학과와 동아리, 소모임 등 학생들이 실제로 소속감을 느끼는 공동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면 축제가 다시 학생들을 연결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예찬 기자)
신라대 양승훈(관광학) 교수는 “학생 개인화로 인한 참여 약화와 대중문화 소비 확산 속에서 축제가 연예인 공연 중심으로 변화했다”며 “학생들이 축제를 직접 만드는 주체보다 소비하는 관객으로 머무르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경기대 김창수(관광경영학) 교수 역시 “축제가 학생들의 자치 문화나 공동체 활동보다 유명 가수 라인업 중심으로 평가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공연 섭외에 관심과 자원이 집중되면서 학생 참여형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동제 의미 되살리려면
“참여형 프로그램의 확대”
서울캠 신창훈(행정학 2021) 총학생회장은 “대동제의 본래 의미를 고려하면 축제의 주인은 학생이지만, 현재는 연예인 중심으로 축제의 성패가 평가되는 현실에 아쉬움을 느낀다”며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고 싶지만 학생들의 수요 역시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이번 봄 대동제에서 수렴한 학생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학생 참여와 축제 만족도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프로그램이 확대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서진(체육학 2025) 씨는 “연예인 공연 전 포스트모던음악학과 학생들의 무대가 가장 인상 깊었다”며 “학생들의 공연이 중심이 되는 축제가 연예인 위주의 축제보다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고 대동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규(컴퓨터공학 2025) 씨는 “축제 기간엔 주로 연예인 공연보다 부스에 참여했었다”며 “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부스와 프로그램들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면 대학 축제에 활력이 돌고 학생들의 기획과 참여까지 이끌 수 있는 선순환 형태가 만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오제연(국사학) 교수는 “오늘날 대학생들은 1980년대와 다른 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당시의 대동제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학과와 동아리, 소모임 등 학생들이 실제로 소속감을 느끼는 공동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면 축제가 다시 학생들을 연결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문화와 소비문화가 축제의 일부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공연 중심의 획일적인 축제에서 벗어나 대학과 학생사회의 특성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며 “대학 축제는 어떤 연예인을 섭외했는지가 아니라 학생들이 어떤 문화를 함께 만들고 경험했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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