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연속기획-청년1인가구 ④] “조용함이 어색했다”…처음 마주하는 ‘보편적 외로움’
# 이번 청년 1인가구 연속 기획에서는 처음 자취를 할 때 맞닥뜨리게 되는 외로움, 즉 ‘보편적 외로움’에 주목한다. 누구나 겪지만 쉽게 말하지 못하는 정서적 고립, 혼자 사는 일상의 빈틈에서 스며드는 감정을 살펴본다. 다음 회차에서는 이러한 외로움이 보다 깊어진 상태인 고립은둔청년의 현실을 다룰 예정이다.
“처음 6개월은 많이 외로웠어요. 요새는 OTT나 유튜브를 크게 틀어놓고 집안일을 해요.” 자취 초기, 이가현(생물학 2025) 씨가 느낀 감정은 ‘조용함 사이의 어색함’이었다. 부모님 집을 떠나기 전까지는 고요함이 이토록이나 생경하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어색해 사람들이 떠드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고자 배경음 삼아 영상을 틀어놓는다.
인천이 본가인 이동명(회계세무학 2024) 씨도 “집 앞 자주 가던 음식점과 비슷한 맛을 찾거나 공원, 모교, 살던 동네와 비슷한 무언가를 마주할 때면 나도 모르게 외로움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익숙한 풍경이 주던 안정감이 사라진다는 것은, 어딘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2022년 서울시 1인가구 실태조사 결과, 서울시 1인가구 중 외로움 비율이 약 62%, 사회적 고립 비율은 13.6%,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동시에 겪는 비율이 12.8%로 확인됐다. 많은 1인 가구가 유사한 감정을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루 종일 사람들 속에서 지내던 일상이 끝난 뒤 도어락이 닫히는 순간, 6평 남짓의 공간은 한순간에 고요해진다. 이 고요함은 때로 편안함이 아니라, ‘혼자 있음’을 실감하게 만드는 공허함으로 이어지곤 한다.
내 힘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
일상 속 스며드는 무력감
혼자 사는 생활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다. 집은 쉬는 공간임에 동시에,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외로움은 더욱 증폭된다.
6년째 자취 중인 최보라(조리푸드디자인학 2023) 씨는 “집에서 바퀴벌레를 잡아야 할 때”와 “가끔 정말 맛있는 집밥이 먹고 싶은데 인스턴트로 때울 때”가 가장 속상한 순간이라고 털어놓았다. 가사 노동이 감당해야 하는 책임으로 다가오면서 정서적 피로감을 더하는 것이다.
신유빈(미디어학 2024) 씨는 “조명이나 가전제품이 고장났을 때 고쳐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느낄때 외로움을 느낀다”며 “신이문 쪽에서 자취하는데, 늦은 밤이면 좁은 골목길을 지날 때 뒤를 계속 살피게 된다”며 주거 환경이 주는 불안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청년 1인가구의 불안정한 거주 형태는 곧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준하(건축학) 교수는 “주거는 단순한 숙식의 공간이 아닌 내일을 준비하는 ‘재생산의 공간’이어야 한다”며 “하지만 협소한 공간과 구조로 인한 정서적 위축 및 보안이 취약한 동네에서의 지속적인 긴장은 결국 자존감 저하, 대인기피, 우울감 혹은 수면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로움을 극복하기보단
피하는 방법으로 해결
그러나 외로움이 모든 시간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청년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관리하고 있다. 대부분은 ‘외로울 틈을 두지 않기’가 방법이었다.
올해 3월부터 자취를 시작한 이상혁(정치외교학2024) 씨는 “오전에는 수업, 오후에는 알바를 간다”며 “알바가 끝나고도 바로 운동을 가서 귀가 시간이 대체로 밤 10시를 넘겨서 외로울 틈이 없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최보라 씨 역시 “외로움이란 감정을 느끼기 전 그냥 몸을 혹사시킨다”며 “일을 무리하게 많이 그냥 자버리기도 했다”고 답했다. 이가현 씨 역시 “밥을 해먹고 식곤증을 일부러 오게 해서 자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방식은 외로움을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피하는 형태지만, 많은 청년이 실제로 선택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청년 1인가구의 외로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주거 환경, 경제적 압박 등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일러스트=양여진)
자신만의 취향이 깃든
공간 재구성으로 장소감 부여
또 다른 방식은 공간을 스스로의 취향으로 채워 넣는 것이다. 원룸이라도 조명, 커튼, 식물 등으로 꾸미면 감정의 안정을 크게 얻는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이가현 씨는 “집에 노란 스탠드 조명을 틀고 있으면 내 집 같은 느낌을 받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건을 어디 둬야 하는지 알아갈 때도 내 집임을 깨닫게 된다”며 자신만의 인테리어를 통해 안정감을 찾아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영서(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 2023) 씨는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는 편인데, 나의 취향이 깃든 아이템들을 집에 두다 보면 진짜 내 집이 된 거 같다”며 “손길이 더해질수록 장소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여섯 개의 식물을 기르는데, 썩지 않게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주다 보면 자기 효능감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소는 인간의 애착과 경험이 더해진 의미로도 작용한다. 차갑게만 느껴지던 원룸에 나의 것을 더해가면 어느새 ‘나만의 공간’이 되어 간다. 공간환경심리를 연구하는 조지영(이학) 교수는 “몸과 마음은 밀접히 관련이 있다고 본다”며 “좁은 공간에 갇혀있지 않고 다양한 넓은 공유공간을 공유해 같이 식사하고 교류, 공부도 하는 공유주거의 형태가 도움이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청년 1인가구의 외로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주거 환경, 경제적 압박 등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다음 회차에서는 이러한 외로움이 더욱 깊어진 형태인 ‘고립은둔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의 현실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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