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2024년 처음으로 1,000만 넘어
6평(약 19.8㎡) 남짓 직사각형 방안. 충청남도 홍성에서 상경해 서울 이문동에 정착한 신유빈(미디어학 2024) 씨는 지난 5월부터 이곳에서 먹고 자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자취 시작한 지 한 달간 살이 엄청 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외로운 걸 먹는 거로 달랬던 것 같아요.” 입학 2년 만에 부모의 품을 떠나 처음으로 1인 가구 생활을 시작한 신 씨는 초반에는 설렘보다 낯섦이 더 크게 다가왔다고 했다.
1인 가구는 더 이상 특이한 생활방식이 아니다. ‘2025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인 가구 수는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가구를 넘어섰으며 이는 3~4인 가구를 합한 수보다 많은 수치다. 전체 가구의 33.4%를 차지하는 1인 가구는 이제 한국 사회의 중심축이자 평균값으로 자리 잡았다. 1인 가구의 삶을 이해하는 일은 곧, 오늘날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해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 해남이 본가인 임하윤(아동가족학 2023) 씨는 상경 초기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마음 나눌 사람의 부재’를 꼽았다. 이처럼 1인 가구의 삶은 예상보다 고단하다. 우리신문은 음식, 소비, 심리, 주거 등 분야별로 나눠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일러스트=양여진)
“고민 털어놓을 상대 없어”
정서적 외로움 자주 마주하기도
그들의 삶은 예상보다 고단하다. 특히 청년층 1인 가구가 가장 먼저 마주하는 문제는 정서적 외로움이다. 2023년 한국리서치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에서 상시 외로움을 느꼈다는 응답은 24%로, 2인 이상 가구 수치인 18%보다도 높다.
해남이 본가인 임하윤(아동가족학 2023) 씨는 상경 초기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마음 나눌 사람의 부재’를 꼽았다. “서울로 대학을 온 동향 친구들이 몇 명 있긴 했지만, 다들 각자의 생활이 있으니, 제가 외롭거나 힘든 걸 말하긴 어렵더라고요.” 그는 고민을 꺼낼 상대가 없어 마음을 닫는 날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복수전공을 위해 서울캠 인근에서 자취를 시작한 장정윤(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 2023) 씨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원래는 국제캠에서 친구들과 붙어 다녔는데, 서울캠에 오니 평일이든 주말이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수업 끝나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처럼 청년 1인 가구는 심리적 어려움과 정서적 단절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22년 서울시가 발표한 ‘1인 가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 62.1%가 ‘외로움을 자주 느낀다’고 답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홀로 식사하고, 혼자 잠들고, 누구의 눈길도 마주치지 않은 채 하루를 끝내는 삶은 때로 조용한 무게로 다가온다.
“한 끼를 때운다는 느낌 강해”
간편함·효율성 식사 택해
삶의 리듬이 무너지는 순간은 ‘식사’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자취 2년 차에 접어든 맹보영(무역학 2022) 씨는 “처음에는 요리를 해먹기도 했지만, 식재료가 너무 많이 남기도 하고 요리할 공간이 부족해 요즘은 거의 배달로 해결해요. 한 끼를 맛있게 먹는다는 느낌보단 그냥 때운다는 느낌이 강하죠”라고 말했다.
2022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월평균 외식 및 배달 지출액은 약 26만 원으로, 2인 가구보다 9% 이상 더 높다. 이는 단순히 요리하기 귀찮아서가 아니라, 1인 가구가 구조적으로 간편함과 효율성을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반찬 하나를 사도 양이 많아 남기기 일쑤고 식자재를 사면 유통기한 전에 버리게 되는 일이 잦다.
신유빈 씨는 자취 후 건강의 변화를 체감하게 됐다고 말한다. “배달을 시켜 먹으면 밀가루가 많은 메뉴만 먹게 돼요. 피부가 안 좋아지는 것도 느끼고, 소화가 안 되는 날이 많아졌어요.” 그는 주말마다 간편식이나 냉동식품으로 하루를 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혼밥’은 단지 식습관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일상의 균형이 흔들리는 시작점이며, 정서적 고립감을 더욱 강화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향후 시리즈에서는 ‘1인 가구는 어떻게 먹는가’를 통해 이들의 식생활과 그 이면의 정서를 함께 조명할 예정이다.
“월세 부담에 막막”
치안 문제도 고려 대상
자취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문제는 주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청년층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29.4%를 차지하며, 청년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56.9%로 가장 높다. 주거 형태는 대부분 원룸, 반지하, 고시원 등 소형 주택에 집중돼 있고, 환기와 단열, 방범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 ‘2025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인 가구 수는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가구를 넘어섰다.
맹 씨는 “늦은 밤에 어떤 사람이 집을 착각해 집 비밀번호를 눌렀던 적이 있었다”며 자신이 특히나 치안 문제에 예민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가족과 살 때는 위협을 느낀 적이 없는데 혼자 사니 밖에서 큰 소리만 나도 무섭다”며 “자취방 특성상 보안에 취약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비용 측면도 빼놓을 수 없다. 신 씨는 향후 주거비에 대한 부담도 우려하고 있다. “지금은 부모님이 도와주시지만, 졸업하고 월세랑 생활비를 제 월급으로 모두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막막하죠.”
1인 가구는 더 이상 주변적인 존재가 아니다. 이제는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거나, 앞으로 마주하게 될 보편적 삶의 한 방식이 되었다. 이에 우리신문은 1인 가구의 다양한 삶의 양상을 조명하는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다. 음식, 소비, 심리, 주거 등 분야별로 나눠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삶 속에는 어떤 고민과 선택이 존재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1
- 2
- 3
- 4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