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야구 기사를 자주 찾아보는데, 어느 날 당혹스러운 뉴스를 접했다.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응원 구호가 나와 큰 파문이 일었다는 것이다. 경기 중 배재고 선수 일부가 상대인 광주제일고팀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를 연호하고 “탱크 데이”를 외쳤다. 과거 논란이 된 마케팅 문구를 차용해 경기 도중 지역 혐오성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어릴 적 리틀야구를 해본 경험이 있어 벤치 분위기를 조금은 안다. 아마추어 야구에서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고 투수를 흔들기 위해 다소 거친 구호나 야유를 주고받는 일은 흔한 더그아웃 문화 중 하나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의 기싸움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처럼 상대의 실력이나 경기 상황을 도발하는 것을 넘어, 특정 지역의 아픈 역사와 희생을 조롱하는 것은 명백한 혐오와 폭력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6개월 출전 정지’ 중징계 이후 당사자인 배재고 야구부원과 학부모들은 지난 6일 직접 광주일고를 방문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광주일고 역시 이를 수용하며 학생들은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였다.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화해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사실 이는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진정한 교육의 장이었다. 잘못을 마주하고 용서를 구하며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은 승패를 떠나 스포츠가 지닌 가장 가치 있는 본질이기 때문이다.
반면 어른들의 모습은 참담하다. 배재고 정문 앞에는 비난과 옹호가 뒤섞인 근조·응원 화환이 대치하듯 놓였다. 미성년자인 선수들의 신상 털기가 자행됐고, 심지어 특정 학교를 향한 폭발물 테러 협박과 정치권의 소모적인 공방까지 이어졌다.
학생들은 비신사적인 잘못을 저질렀지만 직접 용서를 구하며 성장했다. 반성하고 회복할 기회를 학생들 스스로 증명해 낸 것이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아이들의 잘못을 이념 싸움의 땔감으로 삼아 그라운드를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 그라운드 위의 아이들은 이미 악수를 끝냈지만 관중석은 여전히 시끄럽다. 어른들은 언제쯤 경기를 끝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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