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드라마] 미래에서 온 리포터 | [채록자 : 2126]
미래에서 온 리포터 | [채록자 : 2126]
기획 나하린 | harin0518@khu.ac.kr
편집 나하린 / 진행 이소정 / 출연 김다희 나하린 홍정범 / 촬영 도움 천채원 / 구성 VOU
시공간 균열을 통해 100년 전 대학교로 간 취재팀.
AI를 이용하여 모든 수업을 혼자 듣는 2126년 미래인의 눈에는, 과거 캠퍼스의 모습은 이상한 것 투성이입니다.
한 공간에 모여 듣는 수업, 같은 학과 안에서 친해지는 동기들, 그리고 붕 뜬 시간이지만 다같이 보내는 공강까지.
효율성에 미쳐 잊고 살았던 '함께함'의 진짜 가치.
100년 전 대학생들이 남긴 뜻밖의 유산을 취재했습니다.
[영상전문]
까만 하늘에 마치 유리에 금이 간 것처럼 가느다란 균열이 번쩍입니다.
美 노스탤지어국은 지난달 포착된 이 시공간 균열이, 실제 이동 가능한 통로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균열의 크기가 작아, 극소수의 인원만 통과할 수 있는데요. 저희 취재팀이 직접 가보겠습니다.
목적지는 100년 전 대학교입니다. 현장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아나운서: 저는 지금, 과거 '강의실'이라 불리던 역사적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보이시나요? 바로 이 네모난 방 형태의 공간입니다. 2126년에는 모든 학습이 가상 공간이나 AI 디바이스를 통해 개인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런 물리적인 집합 공간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는데요. 실제로 와서 보니 정말 낯설고 신기합니다.
아나운서: 방금 막 수업이 끝난 강의실에는 학생들이 수업 내용에 대해 서로 필기를 비교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입니다. 현대의 AI 학습은 개개인의 지능과 속도에 완벽히 맞춘 일대일 방식이죠. 덕분에 배움은 훨씬 빨라졌지만, 역설적이게도 모든 환경이 개인에게만 맞춰지다 보니, ‘나’만의 시선에 갇히기 쉬운 건데요.
그런데 이곳 2026년 강의실은, 모두가 정해진 속도로 다 같이 나아갑니다. 내가 막히는 개념을 누군가는 단번에 이해하고, 내가 쉽게 넘긴 대목에서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한 공간에 직접 모여 앉아,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타인의 존재를 실시간으로 마주하고 있습니다.
학생 1: 아, 일대일로만 공부한다고요? 아침에 일찍 안 일어나도 돼서 되게 좋을 것 같은데요. (웃음)
근데 길게보면 결국 저한테 손해일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 방금도 잘못 이해한 부분을 친구 필기 보고 겨우 알았거든요.
혼자서 공부하면 내가 아는 게 무조건 정답이라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같이 모여 있어야 '아, 이렇게도 생각하는구나'하고 바로 깨닫는 거고요. 그런 게 없으면 착각하면서 살기 딱 좋을 것 같아요.
아나운서: 발걸음을 옮겨, 이번엔 학생들이 자주 모인다는 '과방'이라는 공간 앞에 나와 있습니다. 현대에는 학생 수 감소와 빠른 기술 변화로, 하나의 전공에 매여있기보다 필요한 지식만 그때그때 배우고 흩어지는 '모듈형 시스템'으로 바뀌었는데요. 그러면서 '학과'라는 개념은 물론, 같은 학과에 속한 사람들끼리만 사용하는 이런 물리적 공간도 오래전에 사라졌죠.
실제로 와서 보니, 같은 전공을 공유하는 학생들이 한 방에 모여 수다를 떨거나 과제를 하며 어울리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거창한 목적 없이 같이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 '같은 과'라는 확실한 소속감을 나누고 있는 듯한데요. 필요할 때만 모였다가 깔끔하게 흩어지는 관계에 익숙한 저희 시대 기준에서는, 이렇게 돌아갈 수 있는 '내 집단'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꽤 부럽기도 합니다.
학생 2: 몇 십 명씩 들어가는 대형 교양 수업에서 같은 과 친구를 만났을 때요. 괜히 막 반갑고 신기하고 웃기고 그러더라고요.
아무래도 같은 과이다 보니까 서로 고민하는 거나 진로에 대한 생각이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 그래서 더 빨리 친해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대학이 큰 공간이다 보니까 서로 다 남 같은데 ‘같은 과’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막 내 편이 된 것 같고 괜히 든든하더라고요. 이러한 소속감이 있어서 대학 생활하는데 더 든든하고 마음 편한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 이번엔 과거 대학생들 시간표에만 존재한다는 특이한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바로 수업과 수업 사이, 시간이 붕 뜨는 이른바 '공강' 시간인데요.
2126년에는 필요한 수업만 그때그때 듣고 바로 다음 일정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이런 '공강'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효율성이 최우선인 저희 기준에서 이렇게 어정쩡하게 남는 시간은 낭비일 뿐인데요. 그런데 이 붕 뜬 시간에, 혼자 각자 할 일을 처리하기보다 굳이 모여 앉아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이 눈에 띕니다. 모든 순간 필요에 의해서만 만나는 현대에는 경험하기 힘든 모습인데요. 모니터 속 효율성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진짜 가치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생 3: 어.. 뭐 별거 안하긴 하는데, 보통 과방이나 동아리방에서 배달 음식 시켜먹고 또 아니면 그냥 수다 떨기 정도? 그런데 이럴 때 약간 속마음을 많이 얘기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좀 더 빨리 친해지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고요.
뭔가 대단한 걸 해서라기보다는 주기적으로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니까 빨리 편해지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아나운서: 모든 것이 효율성 위주로 해체되어 2126년엔 사라질 풍경들. 오늘 이곳에서 채록한 이 소중한 '함께함'의 유산을 가지고, 저는 다시 미래로 복귀합니다. 2026년 대학 캠퍼스에서, VOU 뉴스, 이소정입니다.
속보입니다. 교육부가 100년 전 대학 모델을 벤치마킹한 '대면 교류 의무화 캠퍼스' 정책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지나친 효율성 추구 속에서 옅어졌던 '인간적 유대감'을, 대학 생활의 본질적인 가치로 다시 복원하겠다는 취지인데요. 이소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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