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우정원 뒷골목 경희마을에는 20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학생들의 식탁을 지켜온 맛집들이 있습니다. 이곳의 사장님들은 학생들을 딸, 아들처럼 여기며, 묵묵히 따뜻한 정을 나누어 온 분들입니다.
대학주보는 그중에서도 언제나 학생들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학생들의 편안한 아지트를 위해 25년째 가게를 지켜오신 ‘블루블랙’ 안명순 사장님의 이야기를 담아왔습니다.
“사장님 말고, 이모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깍듯한 ‘사장님’이라는 호칭보다 정겨운 ‘이모’로 남고 싶다는 안명순 사장님.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어 학생들과 진정한 ‘정(情)’을 나누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학생들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내 달란트인 것 같아요. 그냥 학생들이 좋았어요. 그 젊음이 좋았고, 그 마음이 통했는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장님은 원래 성당 청년부 활동을 하며 학생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던 분입니다. 그 ‘젊음’의 에너지가 좋아, 2002년 9월 1일 블루블랙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마을에서 장사를 시작하셨습니다.
사장님의 철칙
첫째, 학생 예약이 있는 경우, 일반인 손님은 받지 않는다. 학생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입니다.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보다 학생들의 놀이터를 지켜주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둘째, 재료는 엄마의 마음으로. 집 떠나온 학생들이 엄마가 만든 밥 같은 든든함을 느끼기 바라는 사장님은 직접 장을 봐오고 좋은 재료로만 요리하십니다.
“옛날엔 다 이모라고 불렀는데, 요즘은 이모 소리가 없어졌어요. 학생들이 너무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나는 거래 관계가 아니라 ‘정’으로 남고 싶은데. 그 이모 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요.”
25년의 세월 동안 강산도 2번 변했고, 학생들도 변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그리고 시대가 흐르며 사장님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이모라는 호칭이 없어졌다는 것 입니다.
예전에는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며 ‘이모!’라고 살갑게 부르던 학생들이, 이제는 예의를 갖춰 ‘사장님’이라고 부릅니다. 학생들은 혹여나 실례가 될까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지만, 사장님은 그 거리감이 조금은 서운합니다. 동아리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왁자지껄하게 어울리던 낭만과 정이 메마른 것 같아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사장님을 25년째 버티게 하는 힘은 학생들의 사랑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이 70이 넘은 나이에도 새벽까지 가게를 지키는 이유는 여전히 학생들에게 받는 사랑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아르바이트비로 빵을 사들고 찾아온 졸업생, 우리가 받기만 했다며 추석 선물을 사 온 동아리 학생들, 엠티 가서 블루블랙 김치가 최고라고 엠티 가서 인증샷을 보내주는 아이들.
사장님은 이런 소소한 문자와 응원들을 카카오톡 프로필에 훈장처럼 박제해두십니다. 또, 학생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동아리 포스터 제작비를 지원하고, 최근에는 블루블랙 25주년을 맞아 소주/맥주 가격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이 이 마을을 좀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거래 관계가 아니에요. 정으로, 조금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어요. 술 안 먹어도 되니 밥 먹으러 와요.”
사장님은 이제 아들에게 가게의 명예 사장직을 넘겨주며 2대째 운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은퇴는 아닙니다. 학생들을 더 오래 보고 싶어 지난 여름 주방을 리모델링했습니다. 앞으로 10년은 더 거뜬히 자리를 지킬 생각입니다.
사장님의 마지막 바람은 소박합니다. 학생들이 블루블랙을, 그리고 경희마을을 단순히 술 마시는 곳이 아니라 ‘정이 흐르는 따뜻한 공간’으로 기억해 주는 것. 그리고 다시 한 번 편하게 ‘이모!’라고 불러주는 것입니다.
미디어팀 천유정 기자 estherchun0007@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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