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계절이다. 4년, 혹은 그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수강신청과 과제, 시험과 발표를 반복하며 보낸 대학 생활의 끝에서 선배들은 이제 ‘졸업’이라는 이름의 마침표 앞에 서 있다. 누군가에게는 오래 기다려온 순간일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장면일지도 모른다. 허나 그 누구에게든 결코 쉽지 않았던 대학 생활을 버텨낸 결과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졸업생 앞에 놓인 현실은 핑크빛이 아니다. 축하 인사와 꽃다발도 잠시 “이제 뭐 할 거야”라는 질문이 뒤를 잇는다. 주변을 둘러보면 인턴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 선배가 있고, 졸업 요건을 모두 채웠지만 조금 더 학교에 남기를 선택한 선배들도 많다. 최근에는 그런 선배들을 위해 졸업 요건을 충족한 이후에도 최대 2년간 졸업을 유예할 수 있는 학사학위취득유예제도가 새롭게 도입되기도 했다.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학사학위취득유예학생 수는 20,356명이다. 2023년 15,055명, 2024년에 17,650이었던 것에 비하면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학교 역시 최근 5년 동안 졸업생 대비 유예생 비율이 8.7% 증가했다. 졸업을 할 수 있음에도 이들이 학교에 여전히 남아있는 이유는 졸업 뒤에 ‘취업’이라는 관문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 날씨처럼 취업시장에도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20대 고용률은 하락했고, 졸업 이후 첫 일자리를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고용률은 60.2%로 2024년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20대 고용률이 전년 대비 낮아진 것은 2020년에 이어 5년 만이다.
취업자 수도 3년 연속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20대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무려 17만 명이 줄어든 344만 명이었다. 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첫 직장을 구하는 기간은 2020년 10개월에서 지난해 11.5개월로 길어졌다.
기업들은 점점 더 공채를 줄이고, 수시 채용을 늘리고 있다. 공채로 신입을 뽑고, 그 신입을 교육 시켜 회사에 필요한 인력으로 키워내기보다 필요할 때 관련 역량을 이미 가지고 있는 인력을 즉시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별다른 경력 없는 ‘그냥 신입’은 계속해서 회사 문턱을 밟기 어려워지고 있다.
졸업이 곧 답이 되지 않는 시대다. 졸업장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취업이 되는 것도, 일상이 안정되는 것도, 앞날이 선명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 하나는, 졸업까지의 시간은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시간이었다는 점이다. 타인이 원하는 것만 좇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고유성을 찾으려 노력한 시간, 치열하게 방황하고 고민한 시간들은 모두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되어 오늘날의 ‘나’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학교를 벗어나 또 다른 곳으로 나아갈 차례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사정과 속도로 학교에 조금 더 머무르기도 하고, 잠시 돌아가기도 하며, 다시 방향을 정하는 선택은 지금의 시대가 허락한 또 하나의 모습일 것이다.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음 장을 써 내려갈 선배들의 내일에, 조심스럽지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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