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인상을 두고 대학과 학생사회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오래전 자주 보던 장면이다. 등록금 인상은 단순히 대학의 요구와 학생 부담 가중이라는 이분법적 논의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의 동결이 현실적으로어렵다면, 늘어나는 등록금 수입이 어느 정도 교육환경 개선에 사용될지를 합리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토대를 세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
재정 악화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을 16년이나 마주한 대학은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그렇기에 우리학교를 포함한 대다수 대학의 등록금 인상 기조는 유일한 선택지일지 모른다. 그런 기조 위에 우리학교는 시설 노후 및 물가 상승을 이유로 ‘3.19%’ 인상을 발표했다. 당연한 수순으로 학생 사회는 “0.1%를 인상하더라도 인상 자체에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서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팽팽한 등록금 인상 논의는 매년 이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률을 ‘어떻게’ 산출할지에 대한 기초적인 상호 협의가 더더욱 필요하다.
대학은 물가상승률을 인상의 주요 근거로 제시하고 있으나 언제까지 해당 지표에 기댈 수 만은 없다. 법정 상한선에 맞춘 단순한 수치 제시가 아니라, 어떤 근거로 인상률을 산출했는지, 학생사회와 대학이 어떤 기준으로 이를 부담할지, 인상분은 어떤 변화로 이어지는지, 그 효과는 어떻게 산출하고 검증할 것인 지에 대한 체계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등록금 인상은 교육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등록금이 동결된 기간동안 학생도 교육환경의 저하를 함께 부담해왔다.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명확한 산출식 없이 매년 반복될 인상에 대한 두려움이 쉽게 해소되고 있지 않다. 결국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합리적인 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인상률에 대한 명확한 산출식을 마련하면,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 학생들이 학교 측의 설명을 검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등록금 고지서 발행 직전에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직전년도 2학기 초반부터는 논의가 시작돼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이 차기년도에 필요한 예산을 수립하고, 수입과 지출계획을 제안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등록금 인상 논의의 핵심은 ‘얼마나 올릴 것인가’가 아니라 ‘왜,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에 있다. 학교가 말하는 재정 압박이 불가피하다면 그 부담을 대학과 학생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나누고 부담할지,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지 우선 고민해야 한다. 대학 재정에서 등록금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타대학 대비 결코 적지 않다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대학은 재정 확충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속 시원히 밝혀야 한다.
인상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반복될수록 필요한 것은 주장과 대립이 아닌, 수치와 구조에 기반한 의사결정 체계다. 등록금이 더 이상 불신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학교는 학생을 설득의 대상이 아닌 논의의 주체로 세우는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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