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오늘과 다를 것 없이 무난한 하루를 보내고 자취방에 돌아왔다. 인스타그램을 켰는데, 화면엔 친구들의 소소한 일상이 아닌 줄지어 날아가는 헬기들이 찍힌 영상이 나왔다.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에 침입하고 있었고, 여의도 도로엔 장갑차가 등장했다.
시대착오적인 풍경에 눈을 의심했지만 실제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강풀 작가의 만화 <26년>의 도입부와 같은 장면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군인이었던 친구가 보낸 “새벽 2시까지 못 자고 떨고 있다”는 문자처럼 나 또한 잠들지 못한 밤이었다.
먼저 생각났던 건 가족들의 안위였다. 떨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에게 소식을 물었고, 부모님께선 “아들이 전역한 게 얼마나 다행이던지”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조금 더 늦게 입대했다면, 어쩌면 민간인 앞에서 총을 들고 있던 TV 화면 속 군인은 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도 도로 위에 서 있던 장갑차가 문득 떠올랐다. 우리나라 국민 모두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시 출동했던 군인들은 절망감과 자괴감으로 정신 치료를 받아야 하기도 했다.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그 생각만으로 벌써 일 년이’ 유명한 노랫말처럼, 벌써 1년이 지났다. 이젠 다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살고 있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에겐 그날의 기억이 박혀있다. PTSD는 뒤늦게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의 일상에선 조금씩 잊히고 있더라도, 누군가는 치료할 준비를,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1년이 지났지만 내란 우두머리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제1야당 대표는 여전히 사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당사자는 ‘12.3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며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사과하거나 반성하지 않는 입장문을 냈다.
그날 새벽, 막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경험한 지난 1년과는 완전히 다른 시간이 지나 오늘 우리의 앞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겨울이 찾아온 서울엔 첫눈이 내렸다. 우리 삶에 앞으로 눈처럼 쌓일 기억들은 그날과는 다른 의미로 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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