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알고리즘이 만든 나의 취향? | [이지리스닝이 감추고 있는 것]
언젠가부터 우리의 알고리즘을 지배한 이지리스닝 음악, 왜 이렇게 유행하는걸까요?
답은 청년세대의 초효율적인 미디어 소비습관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지리스닝은 진짜 내 취향일까요? 아니면 알고리즘이 만들어놓은 트렌드일까요?
기획 김서연 | twoooosev0612@khu.ac.kr 편집 김서연 / 진행 이소정 / 구성 VOU
도움주신분 조성주 교수님 [영상 전문] 요즘 음원 차트나 숏폼에 올라오는 노래를 보면 이렇게 듣기 편하고 귀에 쏙쏙 박히는 노래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듣기 편한 노래에 빠져들게 된 걸까요? 이런 노래들을 보통 이지리스닝이라고 하는데요, 말 그대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뜻합니다. 복잡한 구성이나 너무 높은 고음 대신, 반복적이고 단순한 비트와 리듬이 특징이죠. 특히 요즘은 하우스 리듬을 베이스로 한 이지리스닝 곡들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이지리스닝이 유행하는 걸까요? 답은 청년 세대의 초효율적인 미디어 소비 습관에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요즘 우리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배속으로 시청하거나 요약본 영상부터 찾게 되잖아요? 낭비되는 시간 없이 원하는 핵심 정보만 골라서 소비하는 습관이 몸에 밴 건데요,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에 따르면 최근 노래들의 평균 길이가 5년 전과 비교해서 20초 이상이나 짧아졌다고 해요. 예전처럼 긴 전주나 간주는 빼고 시작하자마자 10초 만에 중독성 있는 훅이 바로 등장하는 거죠. 방금 들은 로제의 아파트 처럼, 요즘 숏폼을 도배하는 중독성 있는 구간에는 청각적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국립목포대학교 음악공연기획학부 조성주 교수는 아파트 세 음절이 짧게 반복되며 귓가에 박히는 현상을 인지심리학의 살리언스, 즉 뇌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직관적으로 기억에 저장하는 소리 신호로 설명합니다. 단 몇 초 만에 사람들의 인지를 사로잡는단 거죠. 또한 이지리스닝 음악에는 무엇을 들을지 고민할 필요 없이 알고리즘을 타고 흐르는 낮은 진입장벽과 완성된 음악을 직접 영상의 재료로 쓸 수 있는 여백이 존재한다고 짚습니다. 결국 피로감 없이 편안하게 끝까지 보게 만드는 이지리스닝 음악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고 이것이 대중의 자발적인 챌린지 재창작으로 이어지면서 하나의 유행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게다가 숏폼의 등장으로 이지리스닝의 유행은 더욱 빠르게 번졌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의 눈과 귀를 다 사로잡아야 하니까 들으면 즉각적으로 신이 나는 이지리스닝 곡들이 숏폼 챌린지 음악으로 알맞춤인 거죠. 중독성 있는 음악을 숏폼으로 수십 번 반복해서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플레이리스트에 그 노래를 담게 됩니다. 우리가 원해서 찾아 들었다기보다, 사실은 알고리즘이 설계해 둔 판에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된 거죠. 그렇다면 이렇게 편하고 짧은 음악만 계속 듣게 될 경우,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조성주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리의 음악 소비 습관과 기억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배치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우선 음악을 듣는 단위가 과거 3분짜리 하나의 곡 전체에서, 숏폼에 최적화된 15초 남짓의 훅으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스트리밍과 숏폼 시대를 거치면서 기승전결이 약하고 훅 중심인 이지리스닝이 유행하게 된 거죠. 이로 인해 우리 뇌가 음악을 기억하는 방식도 알기에서 알아듣기로 변화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기억을 스스로 떠올리는 회상과 들었을 때 알아보는 재인으로 나누는데요, 숏폼 배경음악은 재인만 극도로 높일 뿐 회상은 거의 일으키지 않습니다. 요즘 대중은 후렴 첫 구절은 여러 곡을 알아들어도 1절부터 끝까지 완곡으로 부를 수 있는 노래는 드문 상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쉬운 자극만 찾다 보면, 긴 음악이나 복잡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 우리의 정신적 체력이 약해질 수도 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편안하게 즐기는 이지리스닝 음악도 충분히 가치 있지만 알고리즘이 만들어 놓은 트렌드에 내 취향을 온전히 맡겨버리는 건 조금 아쉽지 않나요? 남들 모두가 듣는 짧고 빠른 이지리스닝 너머로, 진짜 내 취향의 음악은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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