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양] 21세기는 기록 중독의 시대? | [인스타용 사진이 욕먹는 이유]
21세기는 기록 중독의 시대? | [인스타용 사진이 욕먹는 이유]
21세기는 일상에서 모든 순간을 핸드폰으로 기록하는 기록 중독의 시대입니다.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고 기억하려고 하지 않고, 핸드폰 카메라부터 꺼내 드는 일이 많죠.
이제 무엇이 더 가치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보기에 그럴듯한 기록을 위해 한 순간의 소중한 경험을 허비하진 않았나요?
기획 이하윤 | hayun069@khu.ac.kr
편집 이하윤 / 진행 김다희 / 구성 VOU
[영상 전문]
요즘 전시회에 가면 누구나 인증샷을 찍죠. 핸드폰으로 사진을 안 찍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에요. 인상적인 작품 몇 개만 찍는게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으려고 작품 앞에서 계속해서 포즈를 취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런 전시회 인증샷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는데요, 전시회를 인스타용 사진의 배경으로만 소비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실제로 전시회에서 사진을 찍을 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인스타용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만 생각하면 어쩌지 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전시회 인증샷이 진짜 욕먹는 이유가 뭘까요? 우리는 왜,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않고 사진만 예쁘게 남기는 걸 불편해할까요?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개인마다 카메라를 항상 소지할 수 있게 되면서 우리는 사진을 통해 경험을 쉽게 소장하고 추억하게 됐습니다. 여행지에서 본 예쁜 풍경부터 좋아하는 연예인의 콘서트까지, 모든 순간이 사진과 영상으로 저장됩니다.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디지털 기기에 담아두는 방식에는 장단점이 있지만, 우리가 감상을 스스로 간직하는 능력을 잃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중앙대 심리학과 조수현 교수는 사진에 모든 정보가 담겨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마음으로 인해 의식적으로 정보를 기억하려는 노력을 덜 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사진을 찍는데 열중하게 되면, 한정된 주의 자원이 이미 촬영하는데 많이 할당되어 깊이 있는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언제 어디서든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편리함이 우리를 더 무기력하게 만들었는데요, 인스타용 전시회 인증샷의 본질적인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모든걸 사진으로 남길 수 있게 되면서 깊이 있게 감상하고자 하는 선택지가 아예 사라졌습니다.
이제 무엇이 더 가치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보기에 그럴듯한 기록을 위해 한 순간의 소중한 경험을 허비하진 않았나요?
여기 사진보다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미술가를 소개해 드릴게요. 본인의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사진 찍는 걸 엄격히 금지하는 티노 세갈이라는 현대 미술가가 있습니다.
지난 3월 리움미술관에서 개최된 그의 전시에서는 사진과 영상 촬영이 전면 금지됐습니다.그는 "사진은 작품에 대해 아무 것도 전달하지 못한다"며 "중요한 건 그 상황 속에서 관객이 직접 겪은 경험과 관객이라고"말합니다. 그의 전시는 오직 현장에서 관람객이 경험하고 기억하는 것으로만 남게 되죠.
요즘에는 전시회에서 찍은 사진이 전시를 홍보하는 수단으로도 쓰여서 미술관에서 오히려 사진 촬영을 허용하는 경우가 참 많은데요, 이런 상황에서 '사진 촬영 전면 금지'라는 선택을 했다는게 신기한 것 같아요.
이런 그의 철학은 현대 사회에서 경험 그 자체를 소홀히 하는 사람들을 잘 대변해줍니다. 예쁜 사진을 위해 덜 좋은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손해인거니까요.
학교 축제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봅시다. 아마 많은 분들이 핸드폰을 높이 들어서 영상을 찍으셨을 겁니다. 무대를 두 눈으로 바라보는 대신 손 안에 있는 작은 화면으로 보면서 말이죠.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찍은 영상을 나중에 다시 돌려본 적 있으신가요? 아마 대부분은 갤러리 어딘가에 방치돼 있을 겁니다. 그럼 결국 우리가 손에 쥔건 뭘까요. 제대로 보지 못한 공연, 그리고 다시 보지도 않는 영상. 둘 다 온전히 내 것이 되지 못했습니다.
손 안에 들어오는 핸드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이후로, 천천히 생각 하고 감상하는 과정은 생략됐습니다.
기록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보고 들은 걸 온전한 내 기억으로 만드는 거죠.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 경험하고나서, 이를 다시 곱씹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사진이나 영상을 짧게 촬영하고 다시 돌려보면서 경험을 되살리거나, 일기를 쓰면서 기억을 떠올려보는 거죠.
기록은 그저 수단일 뿐, 경험이 될 수 없습니다. 누구나 쉽게 기록할 수 있는 21세기를 살면서, 진짜 가치있는 건 무엇인지 생각해볼 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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