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그곳에 어떤 명칭을 부여하는지에 따라 용도가 달라진다. ‘학습실’이라 부르면 사람들은 책을 펼쳐 지식을 확장하는 공간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휴게실’로 바꾸는 순간, 대화와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건물도 그렇다. 명칭은 단순한 간판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목적으로 활용되는지, 그 대학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드러내는 얼굴이다. 그러나 국제캠퍼스 곳곳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건물 명칭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국제·경영대학관은 이미 사라진 단과대학의 명칭을 10년 넘게 그대로 달고 있다. 학교 구성원조차 ‘국제·경영’이 무엇인지 고개를 갸웃한다. 건물은 이미 정체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
동서의학대학원에서 시작해 생명과학대학, 응용과학대학, 그리고 소프트웨어융합대학까지 교수 연구실이나 실험실로 뒤섞여 있다. ‘국제·경영’과는 아무 관련 없는 단과대학들이 모여 있으니, 명칭과 현실의 괴리는 더욱 뚜렷할 수 밖에 없다.
비단 국제캠퍼스의 문제만은 아니다. 과거 한의대와 이과대가 사용하던 건물들 역시 명칭을 바꾸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Space21이 개관한 지 7년이 지났는데도, ‘(구)’라는 임시표식에 의존하며 연명하는 수준이다.
우리 대학은 늘 부족한 공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정체성을 잃은 건물에는 우리 대학의 비전을 담은 새 명칭을 부여하고, 용도에 맞게 공간을 재편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명칭을 현대화하자는 요구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낭비되고 있는 공간을 줄여 효율을 높이자는 제안이다. 중요한 것은 ‘정체성에 맞는 활용’이지, 경직된 전용 규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건립될 공과대학 분관과 미래과학관까지 내다보아야 한다. 건물 명칭 정비와 공간 재편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우리 대학의 중대한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건물 명칭 변경,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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