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불법·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하는 언론 매체와 유튜버 등을 대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케 하는 징벌배상이 핵심이다.
이미 일부 정치 유튜버의 음모론과 허위조작정보가 무분별하게 확산해 왔다. 개인의 명예를 악의적으로 훼손하고 불필요한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에 책임을 묻겠다는 법안의 취지는 공감한다. 그러나 그 규제의 방식과 기준이 다소 모호하며, 그로 인한 자의적 판단의 개입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문제다.
이번 개정안은 ‘허위조작정보’를 중심으로 손해배상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허위’이며, 어느 수준의 ‘조작’을 불법으로 간주할지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하다. 모호한 개념은 판단 주체에 따라 달리 해석될 여지가 크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근간임을 고려할 때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일반 시민의 목소리나 언론의 비판적 보도까지 위축될 우려도 있다. 특히 개정안은 손배 책임 기준 중 ‘타인을 해할 의도’를 고려한다고 한다. 하지만 ‘의도’라는 주관적 요소는 입증하기 어렵고, 결국 해석 권한을 가진 주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대기업 등 권력 주체들이 청구권자로 포함돼 있는 점도 문제다. 권력자에게 불편한 언론 보도가 허위조작정보로 규정될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그 피해는 약자와 이들을 대변하는 언론계로 번질 우려가 있다.
물론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는 방치할 수 없는 사회 문제다. 그러나 그 해법이 규제 일변도로 흐른다면, 오히려 언론의 자유와 감시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선 신뢰 관계 회복,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플랫폼 책임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막겠다는 선한 의도조차 모호한 규제 아래에서는 언제든 검열의 도구로 변할 수 있다. 법은 진실을 억누르는 수단이 아닌, 더 많은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치여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면서도 허위조작정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 설계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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