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아슬라 학생상 수상자
유차니(환경조경디자인학 2021)·김정원(환경조경디자인학 2021)·이지윤(환경조경디자인학 2020)
# 미국조경가협회(ASLA)가 매년 주최하는 ‘아슬라 학생상(2025 Asla Student Awards)’에서 환경조경디자인학과 학생 세 명이 지난 5월 ‘일반디자인(General Design)’ 부문 명예상을 받았다. 이들은 ‘강에서 해저까지: 갯녹음 해결을 위한 수직적 전략’을 내세우며 주목받았다. 유차니(환경조경디자인학 2021)·김정원(환경조경디자인학 2021)·이지윤(환경조경디자인학 2020) 씨를 만나 작품에 담긴 고민과 준비 과정에서 경험을 들어봤다.
아슬라 학생상은 학생 대상 설계 및 연구 공모전으로, 학생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설계 아이디어를 장려하고 조경·환경 분야의 미래 인재를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반 디자인, 주거 디자인, 도시 디자인, 분석 및 기획, 커뮤니케이션, 연구, 학생 사회 봉사상, 학생 협업 부문에서 우수상과 명예상이 수여된다.
갯녹음 바다 사막화
해수 흐름 차단된 제주도 실험지로
유차니·김정원·이지윤 씨는 갯녹음 현상을 새로운 발상으로 해결하는 전략을 구상했다. 갯녹음은 해수온 상승으로 해초류가 사라지면서 해양 생태계가 황폐해지고 어족 자원이 줄어들어, 바닷속이 사막처럼 변하는 현상이다. 김 씨는 “‘갯녹음을 해저에서만 해결하려고 하는 게 맞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유차니(환경조경디자인학 2021), 이지윤(환경조경디자인학 2020) 김정원(환경조경디자인학 2021) 씨. (사진=서라수 기자)
해저에만 머물렀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내륙과 연안까지 수직적으로 바라보며 문제의 흐름을 연결하자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그동안의 대책이 주로 해저에서 해초를 심거나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식에 머물렀다면, 이들은 내륙과 연안을 아우르며 수직적으로 문제의 흐름을 바라보자는 새로운 전략을 내놓았다.
전략은 내륙-연안-해저로 이어지는 설계로 구체화됐다. 내륙에선 하천이 오염돼 바다로 흘러들어오지 않도록 자연 제방을 회복한다. 연안에서는 사구의 모래가 바다로 날아가지 않도록 사구를 해안림과 연결한다. 해저에는 물고기가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공 어초를 설치하도록 했다.
설계 실험지로는 제주 사계리가 선정됐다. 사계리는 해수 온도 상승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지역으로, 갯녹음 현상이 잘 드러나는 곳이다. 또한 해수의 흐름이 인위적 개발로 차단돼 갯녹음 문제를 가속화하고 있다. 제주에서 나오는 현무암으로는 오염물을 걸러내는 정화기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씨는 “현무암에 포함된 특수한 영양분은 한국의 특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생태계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손발 맞는 세 명 ‘삼박자’
완벽한 팀워크의 결과물
이들이 갯녹음을 주제로 선정해 구체화한 건 자유로운 아이디어 교환 과정을 거치면서다. 카페에서 대화 중 영화 ‘듄2’의 사막 풍경이 언급됐고, 이들은 ‘바다 사막’ 개념에 흥미를 느꼈다. 이후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거치며 내륙-연안-해저를 잇는 수직적 생태망을 주제로 한 연구 설계를 떠올린 거다.
이들은 각자의 강점을 살려 팀워크를 발휘했다. 이 씨는 농업고등학교를 나왔는데, 당시 부지 설계와 조경 수목 관리 경험을 활용해 실현 가능한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디자인에 소질이 있는 유 씨는 그 전략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김 씨는 자료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김 씨는 “국내에서는 갯녹음을 다룬 자료가 많지 않아, 해양자원관에도 메일과 전화를 넣었다”고 말했다. 수심 정보 같은 민감한 데이터는 군사 기밀로 공개가 제한돼 김 씨는 3~4곳에 전화를 돌리며 자료를 찾아야 했다. 유 씨는 “셋이 만나면 의견이 활발하게 교류돼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큰 꿈을 향한 도전 정신도 셋이 일치했다. 팀은 졸업 작품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국제 대회에 도전하게 됐다. 원래는 한국 최대 조경 공모전인 ‘환경조경대전’에 작품을 내기로 했지만, 개강 수업에서 “‘Asla Student Awards(아슬라 학생상)’도 좋은 기회”라는 전진현(조경학) 교수의 조언에 이들 모두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 씨는 “교수님 말씀을 듣자마자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는 마음이 굳어졌다”고 말했다.

▲ 갯녹음을 주제로 선정해 만든 결과물. (사진=이지윤 씨 제공)
목표는 ‘조경가’
내 손으로 직접 설계하고 싶어
팀원들은 수상 소감을 전하며 뜻깊은 순간을 돌아봤다. 유 씨는 “아슬라가 워낙 저명한 대회라 사실 저희 팀이 수상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프로젝트 과정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결과 이상의 의미로 남았다.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제출 기한을 놓친 좌절도 있었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우연한 순간에 영감을 건진 경험을 언급하며 “영화나 책, 여행처럼 생각보다 별 게 아니라고 생각했던 부분에서 좋은 해법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내달 11일 미국에서 열리는 ‘2025 아슬라 학생상’ 시상식에 직접 참석해 명예상을 받는다. 함께 열리는 컨퍼런스에서는 15분간 무대에 올라 프로젝트의 개요, 팀을 꾸린 과정, 작품에 영감을 준 요소 등을 발표한다. 팀원들은 “이번에는 학생 작품이라 제안하는 형식으로 작품을 냈지만, 조경가로 성장해서 실제로 구현되는 작품을 제 손으로 설계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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