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여가와 학습을 결합한 새로운 활동인 ‘런케이션(learning+ vacation)’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 관광을 넘어 여행 지역을 깊게 이해하고 체험하는 교육관광의 개념이다. 런케이션이 주목받는 이유를 알아보고 이를 반영한 교육과정 ‘사회혁신학기제’ 참가자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봤다.
배움과 휴식의 융합
‘런케이션’ 뜬다
휴양과 학습을 결합한 ‘런케이션’이 뜨고 있다. 런케이션이란 ‘배움’을 뜻하는 ‘런(learn)’과 ‘휴양’을 뜻하는 ‘베케이션(vacation)’을 합친 신조어다. 학교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장기간 체험을 통해 지역 문제 해결에 기여함과 동시에 휴식 또한 즐길 수 있다.
전국 지자체들은 일찌감치 런케이션에 관심을 갖고 적극 유치하고 있다. 제주도, 전남 영암군, 강원도 속초 및 횡성 등 여러 지역이 런케이션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지난 4월 제주도는 향후 5년간 2,500억 원을 투입해 런케이션을 활용한 지역과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본격 가동할 계획을 밝혔다.
이후 작년 7월 우리학교는 제주대와 런케이션 활성화 및 교류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런케이션을 통해 학생수 부족 해결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효과를 거두고자 하는 것이다. 또 영암군청은 우리학교와 ‘사회혁신스쿨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체결해 우리학교에 1,500만 원 상당의 예산 지원과 한옥 스테이, 조리실 등 공간을 지원했다.
이에 우리학교는 올 1학기부터 런케이션 프로그램 실행에 나섰다. ‘사회혁신학기제’라는 이름으로 ▲제주 신흥1리 ▲제주 대정읍 ▲전남 영암군에서 진행했다. 총 14명의 학생이 이를 수강하며 전공선택(또는 일반선택) 6학점과 교양 9학점을 포함한 총 15학점을 인정받았다. 참여 학생들은 ▲기획팀 ▲영상팀 ▲디자인팀 ▲조리팀으로 팀을 구성해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공동 수행했다.
제주서 특산물로 제품 제작도
지역 홍보에도 이바지해
제주 신흥1리에서 학생들은 특산품인 귤로 다과를 제작하고 이를 홍보했다. 이들은 제주도청으로부터 버려지는 귤껍질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라는 미션을 받았다. 학생들은 귤껍질에서 나오는 과즙을 활용한 잼을 사용해 다과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 귤껍질을 활용해 독자적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우대식 교수 제공)
아이디어가 생기면 바로 실전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지역 시장과 지역 농가를 방문했다. 시장에선 떡가루를 사 오고 귤 농장에선 귤껍질 과즙으로 만든 잼을 구해와 다과를 만들었다.
이들은 또 효과적으로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지역 주민과의 스킨십을 갖는 방법을 택했다. ‘가가호호 이사떡’이라는 상품명으로 지역 주민의 집을 직접 방문해 전달했다. 신흥리의 특징적인 요소인 귤밭, 유채꽃, 동백마을 디자인을 활용한 스카프와 신흥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담은 컵 및 종지 그릇 등을 신흥1리 회관과 주민들의 가정집을 방문해 증정하기도 했다.
이번 사회혁신학기제로 제주도를 누빈 권유진(컨벤션경영학 2021) 씨는 제주도 가정집을 예고 없이 방문해 주민과 한 끼를 함께했다고 한다. 또한 제주 지역 활성화를 바라는 지역 주민 생각을 듣기도 했다. 대뜸 다가가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프로젝트를 위해 명함을 돌리고 먹을거리와 같은 선물을 나눠주며 자연스럽게 낯선 이들과 가까워졌다. 권 씨는 이번 경험으로 “지역 주민과 소통하면서 사람을 더욱 이해하고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 제주도서 성과발표회가 열려 스카프, 개발한 메뉴 등을 전시한 플리마켓 (사진=우대식 교수)
영암에선 지역 브랜딩
‘기의 고장’에 아이슬란드 이미지 결합
전라남도 영암군서는 영암군청으로부터 ‘지역 브랜딩’이라는 과제를 받았다. 학생은 ‘기의 고장’이라는 영암군의 슬로건이 북유럽의 ‘청정 지역’ 아이슬란드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점을 떠올렸다.
이에 ‘아이슬란드 공기캔’ 사례에 영감을 받아 영암군 월출산의 기를 담은 ‘기-캔’ 굿즈를 제작했다. 해외 기획팀과 영상팀 학생들은 캔뿐만 아니라 관련 키링, 스티커, 티셔츠 등 굿즈를 제작하고 판매했다. 제작 과정과 월출산의 모습이 담긴 영상도 제작했다.
영암 한옥 스테이 카페에서 판매할 메뉴도 개발했다. 여기서는 지역 주민의 도움이 빛났다. 학생들이 영암을 방문한 4월은 지역 특산물인 무화과와 대봉감 제철이 아니었는데, 지역 농가의 도움으로 이를 해결한 것이다.
▲ 영암군서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가 열려 학생들이 지역 특산품을 활용해 개발한 메뉴를 시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사진=우대식 교수)
조리팀 홍성현(외식경영학 2019) 씨는 “무화과와 대봉감을 시중에서 구할 수 없어 큰 고난에 봉착했지만, 지역 내 유일하게 무화과를 냉동시키는 농가의 도움을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무화과 떡케이크와 대봉감 판나코타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런케이션, 지방소멸 대응에 적합
학교, 관련 프로그램 확대 예정
런케이션은 최근 사회 문제로 두드러진 ‘지방소멸’에도 대응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실제 이번 사회혁신학기제에서 학생들은 올해 1명의 입학생을 받은 서귀포시 흥산초등학교 홍보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학생과 체육 활동, 진로 탐색 강의 등의 여러 영상을 제작해 SNS에 게재한 것이다.
또 학생들은 제주 대정읍의 마을 여행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추사 김정희 유배지 등 지역 내 숨겨진 명소를 방문해 독자적인 마을 여행 프로그램 제작하고 마을 여행사에 기획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수영 (연극영화학과 2023) 씨는 “학교에서 시행한 프로젝트가 잠깐 반짝이다 사라지지 않고 여러 학교로 확대돼 장기적으로 지역과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모슬로우’ 카페를 학생들이 운영했다. (사진=우대식 기자)
런케이션 확대 예정
“지방소멸 막기 위해 어디든 갈 것”
우리학교는 이번에 시작한 사회혁신학기제로 시작한 런케이션 프로그램을 문제해결중심 프로그램인 PBL(Problem-Based Learning)과 연계해 확대할 예정이다.
사회혁신학기제 실행을 주도한 후마 우대식 교수는 “올해 처음 시작한 프로그램인 만큼 체계적인 부분에서 부족했던 점이 있어 학생들의 활동 여건을 개선할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제주도 및 영암군에 그치지 않고 지방소멸 대응이 필요한 지역 어디든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1
- 2
- 3
- 4
- 5